음란한(?) 꿈을 꾸며 비몽사몽 눈을 뜬 아침,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며 가장 정직하다 했다.
나는 결국 이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나는 정화시킬 것이 많다)
공복에 바닷가 산책을 나선다.
새파란 하늘,
솜사탕을 손으로 마구 찢어 흐트러 뜨린 듯한 구름,
넘실거리는 초록빛 바닷물,
그 위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하나.
(세상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 내 자신 안에도)
사람들은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자동차는 줄을 이었고
공원에는 손뼉을 치는 연신 땀을 닦아내는
쫄바지 차림의 아주머니들로 가득하다.
갈색 푸들은 풀밭에 시원한 쾌(소)변을 보고 있고
다른 개들은 시멘트 바닥의 냄새를 맡기에 여념이 없다.
아침부터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온 아기들은
잠이 덜 깼는지 다들 멍한 표정이다.
나무로 엮은 듯한 갈색 빗자루로
공원을 연신 쓸어내는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
목에 수건을 두르고 빨간 양동이를 나르는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
웃통을 벗은 구릿빛 피부의
배 나온 아저씨.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인지 무엇인지
정체 불명의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새.
정박하고 있는 어디로 출발하는지 모르는 작은 배 안에서 한가로운 듯 두리번거리는 흰 머리 흰 셔츠의 선장님.
탄탄한 날씬한 근육을 자랑하는
조깅으로 다져진 듯한 몸매의 총각(?)
스키 고글 같은 퍼런 안경을 쓰고
지친 듯 달려가는 아가씨.
나처럼 하늘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아가는
날씬한 몸매의 젊은 아주머니.
밀짚 모자를 쓰고 길다란 호스로
잘 깍아낸 수풀(?)에 물을 뿌리는
구릿빛 피부의 정원 관리사 아주머니.
(피부만 보면 내가 호스를 들고 있어야 마땅하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산책을 하는 할아버지.
개를 데리고 삼삼오오 모여 핸드폰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수다를 떠는 외국 여인네들.
젊은 사람도 중간에 껴있는 할아버지 위주의
태극권 아침 체조.
(태극권 하시는데 양복은 왜 갖춰 입으신건지..)
위아래 똑같은 옷,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쌍둥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산책 시간.
바빠 보이는 사람도,
한가로워 보이는 사람도 있으나
어쩌면 그것은 내 생각일 뿐.
바빠 보이는 사람이 가장 한가할 수도.
한가로워 보이는 사람이 죽음을 넘나드는
생사의 마음의 결투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세상은 별 게 없는데,
이렇듯 평범한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쫓았을까.
또 무엇을 쫓고 있는 걸까.
인생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치열한지도, 평화로운지도 모른다.
그리고 치열한 것은 치열한 대로,
평화로운 것은 평화로운 대로 매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치열할 때 치열한 것을 즐겨야 하고
평화로울 때 평화로운 것을 즐겨야 한다는 것.
살아있을 때 죽기를 바라고
죽음을 앞두었을 때 살기를 바라지 말자.
삶은 삶대로,
죽음은 죽음대로
그 매력이 있으니.
너무 예민하지도,
너무 숨어있지도 말자.
우리는 다들
'껴안고 가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