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나사가 녹이 슬었다.
시어머니께서 새벽에 변기에 볼일을 보러 앉으시다
변기 커버와 함께 엉덩이가 쭈욱~미끄러지는 바람에
깜놀.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시는 세상에서 가장 좋으신 우리 시아버지_
누군가가 컵을 갑자기 깨뜨렸다거나,
무엇이 고장났다거나 하면 바로 비켜 비켜 하시며
남들이 귀찮게 저질러놓은 일도 본인이 다 처리해주시는 우리 집안의 천사 슈퍼할배.
나사가 녹이 슬어 변기에 맞는 나사를 사러 멀리 시장까지 한걸음에 달려 사오신 후 두 군데의 상점을 들렀고 얼마에 샀다며 뿌듯해 하시는 슈퍼할배.
변기 앞에서 뚝딱뚝딱 하시더니
금새 나사를 새로 조이신다.
시어머니가 여러번 컵이나 그릇을 깨뜨리시는 것을 보았다. 시어머니가 샤워하시던 중 우리 집에 샤워부스가 뜬금없이 와장창 다 부서지기도 했다.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7wyhwd
그런데 그때마다 시아버지는 달려오셔서 비켜 비켜 하시며 본인이 그 모든 뒷처리를 꼼꼼히 해주시곤 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아직도 유리조각이 저기 남아있잖아 하시며 사람이 꼼꼼하질 못 하다며 시아버지를 타박하신다..-_-;)
같은 유전자를 타고 났는데 시아버지의 아들인 남의 편은 참으로 다르다.
내가 설거지를 하다가 컵을 깨면
바로 인상을 쓴다 -_-+
내가 무언가를 깨뜨렸을 때 단 한번도
달려와서 쓸어준 적이 없다.
너는 항상 그런 식이라고 타박만 안 하면
고마워 눈물 흘릴 지경이다.
어찌 됐건(끙)
슈퍼할배의 이런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이
우리가 세상의 모든 난관을 대할 때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원치 않는 참으로 귀찮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며 (세금 납부, 접수 등등)
내가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얼토당토 않게 내가 그 뒷처리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참 많다.
나는 그저 평화롭게 하루를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이 놈의 세상은 항상 나를 조용히 가만 두질 않는다.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내가 그 뒷처리를 감당한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귀찮고 피하고만 싶은 난관을
굳이 찾아 나설 필요까지는 없지만,
만약 내 주위에 그런 난관이 닥쳐 온다면,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귀찮고 어려운 일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면,
슈퍼할배처럼 '비켜 비켜'
하는 적극적 마인드로 대한다면 어떨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뿌듯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크고 작은 재능
(나사 조이는 것도 따로 사람을 부르면 비싸다)
들도 단련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정말
슈퍼맨이 되어 있지 않을까.
가슴 '뿌듯한' 슈퍼맨 말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