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아기가 이어폰을 물고 빨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저 이어폰이 얼마나 더러운건데
하는 생각에 휩싸이며 이어폰을 낚아채려
했지만 아기는 필사적으로 물고 놓질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저 이어폰이 얼마나 더러운데!!!
라는 생각을 하며 아기랑 이어폰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거칠어졌고 이어폰을 뺏긴 아기는 그 반동으로
머리를 쾅하고 바닥에 부딪히게 되었다...
그런데 아기가 머리를 쾅 부딪힌 순간,
나는 순간 머리가 땡 하고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아이가 머리를 부딪혔다는
그 사실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이어폰이 더럽다는 그 생각을 굳게
가진 순간 얼마나 큰 분노와 파괴력이
순간적으로 나왔는지
내 스스로에게 놀랐기 때문이다.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었고
그 생각은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이제 돌 된 아기와 거친 몸싸움을 했으며,
그 아기가 이어폰을 드디어 빼앗기고
머리를 부딪히는 것으로 나에게 항복(?)을
한 후에야 나는 그제서야 내가 이 아기랑
무슨 일을 방금 저지른건지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나의 소중한 아기,
아기니까 모르니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너는 내 말을 따라야 해!
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휩쓸었고
내 말을 듣지 않는 상대방에게
평소에 나오지 않는 분노와 파괴력이 나와
나는 순간 평소 나답지 않은 잡아먹을 듯한
무서운 표정을 나의 소중한 아기에게 짓게 되었다...
이 모든 사건의 전말에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가 있었고, 그러기에
"너는 내 말을 따라야만 한다."
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나는 옳고,
상대방이 그르기 때문에
상대방만 저러지 않았으면
정말 내 인생이 순조로울텐데
생각하지만
그 상대방이 그르고
내가 옳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우리가 살아온 경험"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색안경을 쓰고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누구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는
신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나는 틀리고 다른 사람은 다 옳아.
라는 것도 물론 잘못이지만
나는 옳고 너는 틀렸어.
라는 생각 자체가
굉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왜냐면,
나는 옳고 너는 틀리기 때문에
나는 옮음을 위해서,
선을 위해서,
어떠한 것도 불사할 수 있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색안경을 쓰고 있다.
나도,
너도,
모두 틀릴 수 있다.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조금은
너그러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