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情

megaspor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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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972.JPG

대학 다닐 때 교양으로 토익 수업을 들었는데
그 토익 교수님이 좀 특이하신 분이었다.

토익에 대한 수업 내용은 그냥 별책부록 정도고
주된 내용은 전혀 토익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결국 토익 700점대를 넘지 못 했다.
이 모든 영광을 교수님께 돌리고 싶다..)

이를테면,
요즘 학생들의 이른 성생활에 대한 비판이라던가
(비판하시는 것은 좋은데 거의 매 수업시간마다 그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것 같다ㅋㅋ)

또, 예전에는 책 한권을 여러 번 읽어 지식을 습득하는 식이었지만 요즘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조금씩 여러 책을 돌아가며 읽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시대에 맞는 것 같다는 그런 전~혀 토익에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러한 이야기들..

아무튼 공부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나는 그러한 교수님의 수업 방식이 딱히 싫지 않았고 (왜냐면 공부 얘긴 거의 안 했으니..)그런 교수님이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졌었다.
(아무 개성없는 사람보다는 특이한 사람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다.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지루하기에....)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같이 토익 수업을 듣던 대학친구와 "그 교수님 맨날 성생활 얘기만 했었잖아 ㅋㅋ" 하면서 피식 웃음 짓곤 한다.

아무튼 맨날 공부만 시키거나 어려운 얘기만 하는 교수님한테 나는 관심이 없으나 이 교수님의 수업은 재미가 있었기에 수업을 거의 빠지지 않고 들었었고 (오히려 알찬 공부를 가르쳐주는 그런 수업은 네~출석만 하고 뒷문으로 빠져 나오곤 했다)

딱히 잘 보일려고 했었는지 아니면 그저 그 교수님이 흥미롭다고 느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수업을 듣던 내 친구와 거의 매 수업 시작 전에 교수님께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드렸으며

그럴 때마다 교수님은 땡(약간 느끼한 억양이 있는 말투로 말끝을 올리며)하시며 우리 둘에게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곤 했다.

수업은 꾸준히 참석해서 교수님의 쓸데없는(?) 인생론은 열심히 들었으나 전혀 토익 공부는 배움 받지도, 주도적으로 하지도 않았던 우리 둘은 그 학기말에 둘 다 B+를 받고 감동했었다. "우리가 어떻게 B+이 나오냐 ㅋㅋㅋ"
이건 온전히 커피의 힘이라며 킥킥대며 신기해했다.

또한, 올초에 잠시 스쳐 지나갔던 (두달반 일했음) 홍콩에 있는 한국 물류회사에서 일할 때, 나는 맨날 사장님한테 욕 얻어먹는(너 이럴거면 그냥 집에 가~이런 식) 남자 과장님이 마음 속으로 안쓰러웠고 머리를 싸매며 나오지도 않는(ㅎㅎ) 기획안을 짜내려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믹스 커피를 정성스레(한두번 저어도 될 것을 두세번 저어가며) 저어 시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찐빵 (사실 내가 먹으려고 가져왔으나 시간이 없어 미처 못 먹고 남은 것) 과 함께 말 없이 책상에 가져다 드렸는데 온통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과장님의 표정이 순간이나마 환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항상 무뚝뚝하시던 홍콩 경비 아저씨께 한두번 정도 음료수를 갖다 드렸는데 그 후로 경비 아저씨께서 나만 보면 먼저 아파트 문을 열어주시며 보일듯 말듯한 미소(무뚝뚝한 아저씨로서는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를 나한테 보여주셨고

나는 그 이후로 아파트를 오갈 때마다 예전보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나에게 누군가 항상 무표정을 보여주거나 항상 미소를 보여준다 가정해보면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 미치는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도 뿌듯하게 만들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정은
(情을 강조했던 초코파이 광고가 생각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고, 재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운이 좋으면
우리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줄 수도 있으며
(나에게 성공은 토익 B+이었다^^)
성공하지 못 한다 해도 상관없다.

우린 더 중요한 情을 나눴으니..

주위에 유독 굳은 얼굴로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캔커피라도 한캔 건네주면 어떨까.

어렵지도 않고 돈이 많이 들지도 않으나
그 효과는 크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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