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사오마이(딤섬의 한 종류)가 편의점에 파는데 배가 고팠던 나는 사오마이를 편의점에서 먹은 후 양에 차지 않아 컵신라면을 샀다.
컵라면 안에 포크가 따로 들어가 있지 않은 우리 나라와 달리 수출용으로 나온 한국 컵라면에는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가 있는데 항상 젓가락으로 면을 먹는 우리로서는 포크로 어설프게 건져(?) 먹는 컵라면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왠지 맛까지 없어지는 듯 하다.
사오마이 판매대 옆에 한무더기의 일회용 젓가락이 내 눈에 보였고 나는 컵라면을 샀기에 당당하게 젓가락을 빼들어 가려고 하는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와 표정의 사오마이 판매 아주머니 왈: "안에 포크 들어있어요!!!"
음...........
나는 한국 슈퍼에서 컵라면을 사고 자연스레 젓가락을 빼갔을 때 단 한번도 이런 타박(?)을 받은 적이 없기에 순간 무지 당황스러웠고(사실 컵라면 안에 포크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다....) 아.. 네.. 하며 끼깅대며 들었던 젓가락을 무안하게 내려놓았는데.....
컵신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꼴보기도 싫은 (타박 받은 후 갑자기 꼴 보기 싫어짐) 플라스틱 포크로 컵라면의 뚜껑을 막아놓고 삼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순간적으로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말이야. 내가 여기서 사오마이도 사고 컵라면도 샀는데 이깟 젓가락 하나 못 줘?! 내가 그냥 가져갔냐?!!'
하는 생각을 하며 애꿎은 뚜껑 위의 포크를 노려 보았다..
갑자기 라면도 먹기 싫어지고 게다가 그 포크로 먹기는 더더욱 싫었다..ㅋㅋ
아무튼 그런 생각으로 일이분이 지나고 곧 라면을 먹어야 하는 삼분째가 다가오는데 다시금 젓가락을 가지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꼴보기도 싫은 포크로 먹기 싫다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컵라면을 들고 사오마이 판매대로 가보니 아까와는 다른 아주머니가 계셨고 나는 상냥한 목소리(어쩌면 비굴한 목소리)로
"저기, 젓가락 좀 가져가도 될까요?^^?"
라고 아주 상냥하게(어쩌면 비굴하게) 말하니 그 아주머니께서는 별말씀 없이 바로 젓가락을 주셨고 나는 꼴보기 싫은 포크가 아닌 당당하게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맛있게 원샷(?)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 입장으로서는 컵라면을 사고 젓가락을 공짜로 가져가는 게 당연한 문화이지만, 여기에는 라면 안에 포크가 이미 들어가 있으니 나처럼 라면을 사고 자연스레 젓가락을 가져가는 사람도 많지 않을 뿐더러,
엄연히 앞에 아주머니가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젓가락을 가져가도 될까요?"란 말 없이
마치 도둑놈(?)처럼 쓱~하고 샤오마이 판매대의 재산(?)인 젓가락을 빼갔으니 그 홍콩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살짝 기분 나빴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다.
아직도 나는 '라면 사고 젓가락 가져간 게 그리 큰 대수냐?!' 라는 마음이 마음 한 켠에 들지만 그 홍콩 아주머니는 '저런 싸가지 없는 것이!!말도 없이 빼가?!' 라고 마음 한켠에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항상 옳게 느껴지지만,
그것은 그저 내가 옳게 느껴지는 것일뿐
내가 옳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단지 내가 옳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사람들의 비판을 받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그래 입장이 다를 뿐이야 하며 좋게 생각하려 하지만 그래도 왠지 억울하다. (내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의 비판은 나를 한번 더 돌이켜보게 만드는, 사유의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 (불편한) 사유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나는 앞으로 어찌 되었건 누군가의 물건을 가져갈 때는 상냥하고 예의있게 "제가 써도 될까요?"라고 물어볼 것이다.(한번 데었기에...)
그리고 그 아주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앞으로 더 상냥하고 예의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우리는 한번 뿐인 인생인데 우리 자신을 더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러기 위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하는 우리의 사소한 단점들을 지적해주는 주위의 오지라퍼(?)들도 가끔은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 넘치길 바라지는 않지만(그래도 부족한 나를 격려해주는 사람이 많기를 원한다...) 그래도 만약 우연히 이런 사람을 만나 기분이 상했다면 나에게 혹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나도 모르는 실수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그 곳에서 교훈을 찾아 내 자신을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드는데 썼으면 한다.
암튼, 그 포크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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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보기 싫다. (뒤 끝 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