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23개월이 되었고 말이 점점 늘고 있는데
홍콩이란 환경과 나 빼고 모든 집안 식구가 중국인
(본토)이다보니 아기가 가장 잘 하는 말은 만다린이고
한국어는 알아는 듣지만 아직 한국어로 의사 표현은
하지 못 해 더욱 더 한국어로 아기한테 자주 말을 걸고 있다.
요즘 아기가 연습하고 있는 말은 광동어인데
아주 혼자서 연극하듯이 어찌나 실감나게 그 광동 억양을 그대로 구사하는지 나는 너무나 뿌듯했고 아기가 하는 광동어를 알아 듣는 사람이 집안에는 없었기에 아기의 말을 녹음하여 홍콩 친구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더랬다.
그런데 이게 왠일.
온 집안 식구들이 아기가 광동어로 얘기한다고 신기해 했는데 아기의 광동어 녹음을 들은 홍콩 친구 왈:
"나도 못 알아 듣겠어.. 아마 광동어 아닐거야.."
엥??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 식구들(중국인) 모두 아기가 광동어 한다고 무슨 말인지 궁금해 했는데 광동어가 아니라고라?
나나 광동어를 못 하는 중국인이 듣기에는 그것은 완벽한 광동어 억양이었고 아기는 너무나 당당하게 연극하듯이 혼자 손짓 발짓을 하며 우리가 듣기에는 완벽한(?) 억양을 구사했기에 나는 그 중 한두마디라도 제대로 된 광동어가 있다고 당연지사 믿었건만...
홍콩 사람이 듣기에 그것은 광동어가 아니었던 것이다..ㅡ_ㅡ
하지만 광동어를 못 하는 우리가 듣기에는 아기는 완전 홍콩 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보면
'이것을 잘 할 수 있느냐'라고 일에 대한 자신감을 물었을 때 그 일에 대해 숙련도가 낮은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다'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자신이 없다' 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해 숙련도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철학자 강신주 왈:
"우리가 이렇게 두려움이 많은 이유는 너무 많이 알아서다."
소크라테스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만 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대가들 중에서 우리가 보기에 정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인데 겸손해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마도 그들 스스로 그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정규교육을 포함한, 우리 스스로 자처한 사교육(?)까지 포함하면 영어에 들인 시간과 돈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말한다.
"나 영어 못 해...."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지도 모른다.
문법은 마땅히 이러해야 하며, 발음은 마땅히 이러해야 하고, 마땅히 이런 전치사를 써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마음대로 영어를 뱉지 못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자꾸 본인이 못나게 느껴지고
두려움이 많다면,
우리는 어쩌면 우리 생각처럼 못나서가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두려움만 조금 더 줄일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다.
엉터리 광동어를 구사하면서 자기가 홍콩 아이인듯
착각하는 아기처럼,
우리도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을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