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제가 2017. 1. 13.에 포스팅한 글입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 이민자로서 처음 보내는 날이었습니다. 비록 미국 본토로 가기 전 휴가차 하와이에 들른 것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하와이도 미국의 일부니 오늘이 영주권자로서 첫날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은 저가항공사들이 하와이, 호주 등 먼 곳까지 취항을 하는 상황이라, 저와 아내도 저가항공을 이용했습니다. 한 겨울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은 마치 휴가철처럼 붐볐습니다. 그 덕에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여러 일이 터졌거든요.
저는 한국을 기준으로 이민을 떠나는 입장이므로 행정적으로 이주 신고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민원24 사이트를 찾아보니 '국외 이주 신고'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출국하기 전에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었죠. 이주 전 짐도 부치면서 세 들어 살던 집에 있던 짐도 정리해서 본가로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고, 결국 출국 당일 아침에 인터넷으로 국외 이주 신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청 과정을 살펴보니, '해외이주 신고'를 확인하는 것에 동의를 하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해외이주 신고라니, 국외 이주 신고와는 다른가?
국외 이주 신고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부서에 문의해보니, 해외이주 신고를 하면 국외 이주 신고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결국 해외이주 신고는 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해외이주 신고를 담당하는 외교부 영사 서비스과 담당자에게 얼른 전화를 걸어서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해외이주 신고는 종로에 있는 외교부에 직접 방문해서 신청해야 되거든요. ㅠㅠ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에 출국하는데 해외이주 신고를 한다고 하려고 하니, 담당자가 놀라며 난감해하더라고요. 아마도 저 같은 케이스가 없었나 봅니다.... 오늘 해외이주 신고를 하려면 외교부를 방문해서 신청을 한 후, 바로 주민센터에도 신고를 해야 된다고 합니다. 아마 외교부의 정보가 행자부로 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저는 당장 오늘 출국하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담당자가 말하길, 저처럼 이민 가는 경우에도 해외이주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면서(아마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하려는 목적 등의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해외이주 신고는 이를 확인받아 주로 고액을 송금을 하는데 쓰는 용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에게 그린카드가 나왔는지 물으면서 나중에 현지에서 '현지 이주 신고'로 대신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시민권자의 배우자에게 부여되는 영주권 비자를 취득한 상태고, 미국에 입국하여 두 달 정도면 자동으로 그린카드가 송달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장 많은 금액을 송금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결국 시간에 쫓겨서 해외이주 신고를 하기보다는 추후 그린카드를 받게 되면 그때 현지 이 주신 고로 대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겨우 한숨 돌리고 아내와 보험금 청구 및 핸드폰 해지 처리를 하려고 현관을 나서는 순간, 전화가 와서 받으니 우체국이었습니다. 전날 국제항공편으로 부친 소포에 내장 배터리가 있어서 인천공항에서 반송되었으니, 방문해서 처리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ㅜㅜ
안 그래도 아내가 쓰던 랩톱, 예전에 각자가 썼던 핸드폰 등을 별생각 없이 소포에 넣었다가 우체국에 부치려던 순간 핸드폰이나 랩톱에 내장되어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항공소포 발송 금지 품목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직전에 뺐었는데, 다른게 문제였나 봅니다.
다행히 우체국이 멀지 않아서 차를 달려갔고, 소포 상자 안에 있던 블루투스 스피커, 무선 키보드 등 충전해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빼고 다시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동생에게 선물로 남겼습니다....
아침부터 사건들이 이렇게 터지다 보니, 혹시 또 다른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공항에 늦게 도착하면 어떡하나, 짐 가방이 크다고 안 받아주면 어떡하나 등등,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까지는 안심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다행히 비행기도 제시간에 탔고, 무사히 하와이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심사대(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에서 제 비자도 보여주고, 노란색 패키지도 제출하니 담당자가 이것저것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입력하더니,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입국도 별문제 없이 통과됐습니다.
공항리무진버스를 기다리면서 추위에 떨다가, 하와이에 와서 반팔, 반바지에 조리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니 그것만으로 참 좋더라고요.
오늘 하루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이렇게 입국해서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