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중고차 구입기의 두 번째 여정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미 1. 일본 차를 산다. 2. 중고차를 산다 등 제가 세운 요건을 말씀드렸는데요, 나머지 요건 들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도 SUV를 많이 타고 다니지만, 이곳에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SUV를 많이 타고 다닙니다. 사실 이곳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들을 크기로 따지면 SUV는 중간 크기에 불과하고, 정말 무지막지하게 생긴 픽업트럭을 많이 몰고 다니더군요.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고, 마당 수준을 넘어 말이 뛰어놀 듯한 잔디밭을 가진 집들도 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들을 실어 나르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을 사서 직접 나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아무튼 저희도 새 집을 구하면 짐을 옮길 일도 많게 될 것이고, 2세를 낳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SUV를 사기로 했습니다.
차량 구입은 저희의 예산을 고려해서 1만 불 정도로 하고, 이를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총 구입비는 1만 불 초반으로 제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예산을 조금(?) 넘었습니다 ㅎ
가. 시험 주행부터 시작하다.
제일 먼저 한 것은 가까운 carmax에 가서 여러 차량을 시험 주행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carmax를 방문하니 깔끔하게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우리가 원하는 차종을 보여주면서 운전해 보고 싶은 차량을 말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혼다의 CR-V, 토요타의 RAV 4, 닛산의 Pathfinder를 차례로 몰아봤습니다.
SUV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혼다 CR-V 2012년식 모델입니다(실제 몰아본 연식입니다).
SUV 시장에서 CR-V와 경쟁하고 있는 토요타 RAV4 2014년 식입니다(실제 몰아 본 연식입니다).
CR-V를 몰아 보니, 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함을 SUV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색달랐고, 적절한 가속력과 제동력 등 크게 불만을 가질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주행해 본 RAV4는 CR-V보다 훨씬 조용하고 부드러워서, 마치 실크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는 CR-V에 비해서 조금 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크기의 SUV도 테스트해보자는 의미에서 중형 SUV(참고로 CR-V나 RAV4는 미국에서 Compact SUV로 분류됩니다)인 Pathfinder를 몰았는데,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제가 몰기에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Compact SUV 급으로 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대표적인 일본산 SUV들을 몰아봤으나, 무언가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위 차량들은 모두 인정을 받는 모델들이고 좋은 차들인데, 딱 하나 운전이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엑셀을 밟으면 관성에 의해서 몸이 뒤쪽으로 쏠리면서 차가 탁 치고 나가는 맛이 없다는 것이 바로 그 지루함의 원인이었습니다.
좀 더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아내가 Carmax에 주차되어 있는 한 차량을 보고 ' 나 저 차 좋아해.'라고 하더군요. 그 차가 바로 닛산의 Xterra였습니다.
날렵한 도심형 SUV인 CR-V나 RAV4와 달리. Xterra는 정통 오프로더의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닛산의 Xterra는 한국에 정식 수입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저는 이 차를 거의 처음 보았는데, 각진 외관으로 인해서 다른 차보다는 투박해 보이지만 그만큼 강한 이미지를 풍기는 모습 때문에 관심이 갔습니다. 직원에게 Xterra를 타보고 싶다고 요청해서 주행을 해보았는데, 엑셀을 밟자마자 훅훅 나가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조금 빈약하고 세련된 맛은 없었지만, 강한 힘을 갖고 있으니 운전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더군요. 나중에 스펙을 확인해보니 가솔린 6기통 엔진에 배기량이 4000cc에 달하더군요 ㄷㄷ.
결국 저와 아내는 닛산 Xterra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나. 찾으려니까 없네..
일단 원하는 차량을 결정했으니, 인터넷으로 적당한 매물을 찾는 것이 순서였습니다. 제가 첫 번째 포스팅에서 언급한 중고차 사이트 및 다른 사이트들을 검색했는데, 이 근방에서 찾을 수 있는 매물은 2개 정도였습니다. 그중 한 매물이 무려 2005년도 차량이었는데 마일리지는 7만 마일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서 조금 찝찝했지만, 일단 가서 몰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매물을 올린 곳은 전문 중고차 매장이 아니라 마즈다 매장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차를 사본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미국에서 차를 살 때는 Trade-in이라고 해서 일종의 보상판매를 하는 것 같습니다. 즉 닛산 Xterra를 몰던 전 주인이 마즈다를 사면서 자기 Xterra를 마즈다 매장에 넘기면, 마즈다 매장은 마치 중고차 판매자처럼 그 차량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자동차 매장을 가면 자기 메이커가 아닌 타 메이커 차량의 중고차가 많이 보입니다.
아무튼 마즈다 매장으로 가서 인터넷에 올린 Xterra를 보고 싶다고 하니, 한 딜러가 그 차량을 몰고 와서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전 주인이 차를 잘 못 모는 분이었는지 이곳저곳 긁힌 흔적이 있었습니다. 연식도 오래됐는데 긁힌 자국이라.... 일단 시험 주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험 주행을 해보니, 차 자체에는 크게 이상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주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서 딜러와 마주 앉았습니다. 드디어 가격 협상의 사간! 과연 내가 딜러 앞에서 호구가 되지 않고 잘 협상할 수 있을까 많이 긴장되었습니다.
먼저 딜러가 견적서를 보여주면서 가격을 보여줬는데, 제가 예상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약 10,500불로 올라와 있는데 딜러가 제시한 가격은 12.000불이 넘더군요. 알고 보니 인터넷에 제시된 가격은 순수 차량 가격이고, 실제로 중고차를 구입하려면 세금, 딜러 마진, 등록비 등 해서 20% 정도 비용이 추가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처음부터 가격을 깎으려고 마음먹고 왔기 때문에, '차 값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싼 것 같으니 깎아 줄 수 없겠느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딜러가 다시 가격을 제시하면, 제가 '차가 오래되었다' 등의 이유로 더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딜러가 '그러면 얼마 정도를 원하느냐'라고 되물어보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반응인데, 그때에는 딜러의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고 약간의 멘붕이 왔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가격을 좀 강하게 후려쳤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모질지 못 해서 그만 '만... 오 백 불 정도?'라고 했습니다. 옆에 앉은 아내는 뜨악하더라고요. '만 오 백 불씩이나?'이라는 표정이었습니다.ㅜㅜ
어쨌든 카드는 일단 던져졌고, 딜러의 차례였습니다. 딜러가 뭐라 뭐라 얘기를 막 하더니, 만일 오늘 계약한다면 최종 가격으로(여기서는 최종 가격을 Out the door라고 하는데, 아마 돈을 내고 문 밖으로 나가서 차를 가지고 가면 된다는 뜻이 아닐지ㅎ) 만 불에 주겠다고 하더군요. 차량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지 매니저도 나와서 우리에게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찾은 매물 중 처음 본 것을 바로 살 수는 없어서 다른 곳도 돌아보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왠지 협상에서 진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더군요... 눈 딱 감고 8천 불 부를 걸 그랬나...
이제 두 번째 매물을 보러 갈 차례입니다. 재밌게도 두 번째 매물은 BMW 매장에서 올린 것이었습니다. 연식도 2010년이고, 마일리지도 적당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차량이 inspection 중이어서 당장 보기는 힘들고, 준비가 되면 연락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테스트한 매물은 한 개에 불과했고, 굳이 Xterra를 사려면 2005년식 모델을 살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마일리지가 많지 않다고 해도 10년이 넘은 차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물어보니 Xterra 연비가 나빠서 안 좋다는 의견이 좀 있었습니다(찾아보니 연비가 리터당 8km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더군요. 엔진이 6기통에 4000cc니....).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Xterra는 안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에 드는 모델을 찾았는데 막상 매물이 없어서 맥이 풀린 것도 있고, 지금이야 미국 휘발윳값이 싸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고요.
그래도 저와 아내가 원하는 차가 'CR-V나 RAV4보다는 좀 더 각진 SUV'임을 알게 되어서 나름 성과가 있었고, 앞으로 그러한 차가 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후 스토리는 3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