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en Life] 나무를 보고 울다 (거미줄 파덕의 아픈 이야기)

manizu(62)
Published in
#kr
Words
200
Reading
1 min
Listen
Play
9y

1.JPG

얼마 전 깎은 아이입니다 :-)

파덕은 제가 처음 나무를 만질때부터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되어주던 무르고, 편안한 나무에요
요즘은 멋진 인생작을 발굴하는데에 맛이 들어서 단단하고, 옹이가 박힌 거친 나무를 많이 깎았었는데 오랜만에 파덕에 손을 대니 젤리처럼 아무런 저항감없이 너무나 수월하게 작업을 끝냈지요

2.JPG

저녁무렵 작업을 하고 난 터라 '색깔이 좀 특이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며칠 뒤에 다시 공방을 찾아 전에 깎아두었던 녀석들을 펜킷과 조립시키는 작업을 하려는데 이 아이가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3.JPG

이 아이는 "거미줄 파덕"입니다
거미줄처럼 곳곳에 알 수 없는 금이 육안으로 뚜렷하게 보입니다
결과는 반대로 나있는 선명한 상처-
그리고 상처의 가운데에는 멍울지듯 붉게 맺혀있었고, 주변은 그 멍울을 더 돋보이게 만들려는 듯 제 색감을 거두고 하얗게 바래져 있었습니다

옹이는 나무의 상처입니다
옹이는 딱딱하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최대한 자극시키지 않게 살살 어르고 달래가며 깎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어요
이 아이의 상처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상처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프다고 소리치치도, 비뚤어지지도 않은 채 가만히 아픔을 품고 있는 것이 왠지 엄마의 모습같이 느껴져서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4.JPG

저의 나무 선생님께 이 아이를 보여드리니 "우와 이제 마니가 이렇게 멋진 걸 다 알아보네"라며 그렇게도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었는데 저를 대견해 하셨어요ㅎㅎㅎ

튀고, 거칠고, 유난스럽지 않아도 성숙할 수 있다는 걸 나무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오늘도 하루종일 공방에서 톱밥을 뒤집어쓰며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