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영화"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형"은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형"에 긍정적인 관객들에게는 긍정적일테고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부정적일 것.
영화는 상당히 스피디하다. 전개도 빠르고 심지어 느린 움직임이 특징인 좀비조차도 빠르다. 이것이 KTX의 속도와 함께 일관성을 유지해준다. 영화의 초반부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좀비 등장 이후의 빠른 속도감 때문이다. 이 속도는 다른 생각에 빠질 겨를이 없게 해준다. 더불어 열차 외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서인데 이 또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공간활용이 돋보인다. 자칫 지루할 뻔 했던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빠짐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대전역에서는 좀비와 사람의 위치를 바꾸어 시선을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나고도 모든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그렇다. 공유와 김수안(아역), 마동석과 정유미, 안소희와 최우식의 캐릭터가 각각 독특하고 개성이 강하다. 빼놓을 수 없는 건 김의성의 악역인데 개인적으로는 평면적으로 느꼈다. 더 무섭고 악랄한 악역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어서 그랬겠지. 마동석도 김의성도 김수안도, 나머지 배우들도 호평을 받는다면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겠다.
아쉬운 점은 역시 마지막의 신파다. "한국형"은 이래야하는 것인지 점점 속도를 늦추어가는 기차와 속도를 맞추기 위함인지 빠르던 내용이 신파를 위해 속도를 늦춘다. 여기서 긴장이 많이 풀린 탓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수안이 부른 알로하 오에가 하와이의 마지막 여왕이 나라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기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한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좀비가 아니라 인간임이 증명되는데 이것이 연상호 감독이 던지는 메세지일 수도 있겠다. 어떤 이들은 세월호를 떠올리기도 했단다. 친구들을 위해 울 수 있는 학생들이 가장 첫 칸에서 희생된다. 이기적인 어른들 속에서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세월호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수안이 부른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를 알고나니 더 그렇다.
기본적으로 오락영화이기 때문에 보고나서 어떤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덮을 만큼 충분히 장점이 많은 영화다. 강력히는 아니지만 추천할 만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