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최악의 하루]
주인공인 은희(한예리 분)연극배우이다. 그리고 료헤이(이와세 료 분)는 소설가이다. 둘은 거짓을 말하는 직업을 가졌다.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저는 다 솔직했는걸요."
이 대사가 영화를 시작하게 해주고 매듭지어준다.
연출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일단 장소활용이 좋다. 서촌과 남산을 영상미있게 담아냈다. 조용한 동네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최악의 하루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다. 남산에서 '길' 활용을 잘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길에서 진행된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한 갈래의 '길'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데 적절히 사용됐다. 다음으로 잘 활용한 것은 '언어'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만나서 영어로 대화한다. 서로 서툰 언어에 오히려 진심이 묻어난다.
잔잔한 중에 유머코드로 기습공격을 하는데 이게 꽤 성공적이다. 그 중심에는 운철(이희준 분)이 있다. 바보같을 정도로 매사에 진지한 역할을 참 잘 소화했다. 캐릭터 이야기를 한 김에 주인공 이야기도 해보자. 은희는 처음과 끝에 같은 연극대사를 한다. 감명깊었던 것은 첫 대사는 연기를 잘 못하는 연기를 한다. 그러니까 첫 연극대사에는 영혼이 없는 연기를 하는데 이게 참 자연스러웠다. 대조적으로 후반부의 대사를 상당히 묵직하게 만들어준다. 어려운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한예리는 이미 많이 주목받았지만 앞으로 더 주목해서 봐야할, 보고싶은 배우이다.
홍상수의 <우리 선희>가 많이 떠오른다. 세 남자와 한 여자라는 점 말고는 닮은 점이 별로 없는데도 그렇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뉘앙스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대사 덕분에 뿌듯한 마음으로 영화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매력적인 영화다. 진심과 솔직함, 그리고 거짓말에 대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