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챔피언]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함께 개봉해서 흥행성적이 저조했다'
라고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인 영화다. 왜냐하면 영화 자체도 별로였기 때문이다. 단점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짚을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 산만함의 끝
입양된 운동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와 낳아준 엄마를 찾는다는 설정은 [국가대표], 미혼모의 아이가 어른에게 필터링 없이 이야기해서 귀여워 보이려는 것은 [과속스캔들], 마동석이 힘으로 다 누르고 마동석의 외모와 피지컬로 웃기려는 건 [범죄도시], 스포츠 경기에 배팅하는 설정은 [스플릿]을 베껴왔다. 우리가 “한국”영화라고 부르는 소재들을 다 엮었다. 위에서 말한 입양, 모성애, 미혼모, 조폭, 승부조작 기타 등등. 신선한 소재는 팔씨름이라는 것 말고는 없다. 이것저것 다 엮으려다가 아무것도 못 건졌다. 차라리 팔씨름 규칙을 설명해주고, 팔씨름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경기인지 경기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주면 재미있을 뻔했다. 제발 하나만 하자.
요즘 영화는 빌런들이 그들이 악해질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이 영화처럼 대충 ‘조폭’이나 ‘사채업자’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외국영화까지 가지 않아도 [베테랑]의 예를 들어보자.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는 극악의 악역이지만 왜 저렇게 나쁜 놈이 됐는지 스토리가 나온다. 형제들과 경쟁에 살아남아야 하는 재벌 3세를 설정하여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로 관객을 설득한다. 그러면 관객은 공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이 영화의 악역은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유행어 같은 걸 남발하지만 스토리가 없어서 재미없는 악역으로 남았다.
마동석 캐릭터를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이웃사람]부터였다. 그 이후로 여러 영화에 출연했지만 [베테랑]에서의 아트박스 사장님만큼 사람들에게 각인된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굿바이 싱글]이나 [브라더]로 다른 연기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부산행]을 통해 '마동석'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졌다. 마동석의 이미지를 풀어써보자면 "험상궂게 생겼고 실제로 힘도 센데 힘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이지만 정 많은 이미지" 정도겠다. 그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한 영화가 [범죄도시]였다. 빠르지 않지만 마동석의 큰 덩치를 활용한 액션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동석을 많이 소비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덩치 큰 사람을 '괴물'같다든지 '무식'해 보인다는 것을 개그 소재로 삼아 꾸준히 웃기려는 시도를 하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다. 약자 앞에서 강하던 조폭들이 마동석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그 이후 굽신거리는 것으로도 별로 시원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장점이 하나 있다면 배급사가 워너브라더스라는 점인데 워너브라더스는 영상은 기가 막히게 잘 찍는다. 빛 활용을 잘했다는 점은 칭찬한다. 영상미 하나로 이 영화를 보라고 하기에는 장점이 너무 없다. 연기가 그리 거슬리진 않지만 스토리가 엉망이면 연기를 잘해도 감정이입이 안된다. 좋아하던 한예리와 권율의 연기는 망한 스토리 속에서 발버둥을 친다.
한줄평은 '영화를 잘 팔아먹으려면 제발 잘 만들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