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들은 도강을 서둘지 말자고 입을 모아 진언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어리석고 광포한 지도자처럼 무조건 공격을 고집하면서 13개 기병부대를 손수 이끌고 적병들이 쏜 화살이 퍼부어지는 강물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었다.
어렵게 강을 건넌 마케도니아 병사들이 진영을 채 갖추기도 전에 적군이 거세게 반격해왔다. 화려하게 장식된 알렉산드로스의 방패와 갑옷은 수많은 적병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고, 페르시아의 장수 스피트리다테스는 전투용 도끼로 알렉산드로스의 머리에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투구가 다행히 제 역할을 해준 덕분에 도끼날은 알렉산드로스의 머리 대신 그의 머리카락 끝을 약간 잘라내는 데 그쳤다. 목적을 이루지 못한 스피트리다테스가 씩씩거리며 재차 도끼를 휘두르려는 찰나 알렉산드로스의 호위병인 클레이토스, 일명 ‘검은 클레이토스’가 스피트리다테스의 몸통 깊숙이 창을 꽂아 넣었다. 알렉산드로스 입장에서는 황천길 초입에서 가까스로 유턴한 셈이었다.
전투의 승패를 가른 것은 양군의 본대격인 보병대 사이의 전투였다. 페르시아 보병들은 이내 저항을 포기하고 도주를 시작했다. 다만 페르시아에 고용된 그리스 용병들만이 자비를 요구하며 항전을 계속했으나 이들의 행동은 알렉산드로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그라니코스 강가에서 벌어진 이 싸움에서 페르시아는 2만의 보병과 2천 5백 명의 기병을 잃었다. 마케도니아의 측의 전사자는 총 서른네 명에 지나지 않았다. 페르시아에게 패전 자체보다도 더 뼈아픈 사실은 이 전투의 여파로 소아시아 반도의 그리스인 도시들이 알렉산드로스의 세력권에 대거 편입됐다는 점이었다. 해안 방어의 거점 사르데이스가 마케도니아로 말을 갈아탔고, 할리카르낫소스와 밀레토스는 알렉산드로스에게 손쉽게 제압당했다. 제국의 서쪽 제방에 난 이 구멍들을 통해 미증유의 거대한 홍수가 밀어닥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이즈음 알렉산드로스에게는 두 가지 호재가 발생했다. 하나는 스스로 만든 호재였고, 다른 하나는 뜻밖에 굴러들어온 호재였다.
스스로 만든 호재는 그가 고대 미다스 왕의 고향으로 알려진 도시인 고르디온에서 수레와 멍에를 연결하고 있는 매듭을 푼 일이었다. 그는 단단한 산수유나무 껍질로 만들어져 복잡하게 꼬여 있던 이 매듭을 쾌도난마식으로 단칼에 잘라버림으로써 이것을 푸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알렉산드로스 자신임을 알리는 선전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뜻밖에 굴러들어온 호재는 멤논의 돌연한 죽음이었다. 멤논은 다리우스의 명령을 받아 소아시아 해안지방의 방어를 책임진 인물이었는데, 그가 살아있었으면 알렉산드로스에게 꽤나 위협적 존재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스인이었던 멤논은 지략에서나 용기에서나 여느 페르시아 장군들과는 달리 매우 유능한 군인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