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위기 극복의 리더십 : 카밀루스 (10)

카밀루스는 전성기 시절의 선동열처럼 불펜에서
언제든지 구원등판할 채비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잿더미가 된 로마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났다. 아이퀴와 볼스키, 그리고 라티니 족이 한꺼번에 로마로 쳐들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에트루리아인들이 로마와 동맹관계에 있는 수트리움을 공격해했다. 군사 호민관들이 침략자들을 요격하는 데 나섰으나 마르키우스 산 근방에서 오히려 라티니 족에게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로마가 믿을 것은 역시나 오직 카밀루스뿐이었다. 그는 생애 세 번째로 독재관에 임명되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전쟁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설화 하나와 사료 하나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설화부터 이야기해보자.
라티니 족이 돌연 전쟁을 도발한 이유는 여자들이 탐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유민들의 딸들을 신붓감으로 내놓으라고 로마를 윽박질렀다. 전란으로 국력이 피폐해진 로마는 전쟁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귀한 딸자식들을 단체로 내놓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로마를 곤경에서 구출한 것은 시녀, 곧 노예 신분의 여성인 투툴라였다. 투툴라는 자기처럼 용모가 아름답고 자태에서 귀티를 풍기는 동료 시녀들을 자유민의 딸들로 가장시킨 다음 함께 적군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라티니 족들은 로마의 딸들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였다. 밤이 더 깊어지자 투툴라를 제외한 다른 시녀들은 모두 도망쳤다. 투툴라는 적진 근처의 무화과나무로 올라가 로마가 자리한 방향으로 횃불을 들었다. 공격 신호였다. 그러자 인근에 매복해 있던 로마군이 라티니 족의 군영을 급습해 숙취로 비몽사몽인 적군을 일망타진했다. 부잣집 딸들을 대신해 비록 신분은 낮지만 지혜로운 젊은 아가씨가 맹활약하는 이 얘기는 우리나라 희곡인 「맹진사댁 경사」와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다음은 그보다 개연성이 높은 탓에 플루타르코스가 사료로 분류해놓은 이야기.
카밀루스는 군사 호민관들이 이끈 군대가 라티니와 볼스키 족의 연합군에게 포위당했다는 급보를 듣고는 징집연령을 이미 초과한 시민들까지 무기를 들고 전쟁터로 나서게 했다. 늙은 예비역들까지 박박 긁어모아야 했을 지경으로 갈리아 족과의 전쟁은 로마의 인적 자원을 엄청나게 소모시킨 후였다. 카밀루스의 지원군은 적의 눈을 피하고자 마르키우스 산을 크게 우회해 마침내 적진 배후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라티니-볼스키 연합군이 되레 덜미를 잡힌 것이다. 그들은 목책을 치고는 그 안에 들어가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렸다. 포위와 역포위가 교차하는 정신없는 혼전이었다.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오히려 로마군 측이 대마가 죽을 염려가 있었다. 카밀루스는 조기에 결판을 내기로 작정했다. 해가 뜰 시간이 될 쯤 로마군이 자리한 산에서 연합군이 진을 친 들판으로 바람이 불었다. 카밀루스는 군대를 둘로 나눠 한 부대는 불화살로 화공에 나서게 했고, 다른 한 부대는 불을 피해 도주하려는 적의 퇴로를 차단하도록 했다. 곧 전투가 개시됐다. 로마군이 수없이 쏘아댄 불화살들이 연합군 진영을 거대한 불구덩이로 만들었다.
라티니인들과 사비니 족에게는 불운한 일이었지만 그곳에는 불을 끌 수 있는 물이 없었다. 불길을 빠져나간 자들은 로마군에게 목이 떨어졌고, 로마인들의 칼날이 두려워 나무울타리 안에 남기를 택한 병사들은 화마의 먹이가 되었다. 로마군의 대승이었다.
카밀루스는 마르키우스 산 싸움의 뒷정리를 아들인 루키우스에게 맡기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는 아이퀴 족과 볼스키 족을 차례로 격파한 다음 에트루리아 군대에게 포위된 수트리움을 구원하는 데 나섰다. 그러나 도시는 이미 함락당한 뒤였다. 수트리움에서 맨몸으로 비참하게 쫓겨나다시피 한 피란민들로부터 억울한 사연을 전해들은 카밀루스는 복수를 결심했다.
그는 행군을 재촉해 길 위에서 피란민들과 마주친 바로 당일에 수트리움에 도착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성벽 위에 경계병도 세워놓지 않은 채 한창 약탈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포식과 과음으로 전투는커녕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겨운 상황이었다. 로마군은 돼지우리 속의 살찌고 둔한 돼지들을 때려잡듯이 에트루리아 병사들을 손쉽게 제압했다. 수트리움은 불과 하루 사이에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면서 뺏은 자가 도로 빼앗기는 운명의 변전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