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1년 동안 구직을 할 때 이야기입니다.
나이도 있고 , 대학 졸업 후 8년간 게임 회사에서만 일하다 보니 다른 분야로의 이직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실망도 많고 고민도 많던 시절 , 평소 컴퓨터 조립이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아서 어느 정도 기본 지식도 있는 컴퓨터 출장 수리 기사 일을 알아봤습니다.
'월 예상 급여 400만 원'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월 400만 원을 받는 직업이 그리 흔한 게 아닙니다.
당장 8년을 다닌 제 마지막 월급보다 2배는 되는군요.
제가 아는 상식으론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컴퓨터 조립 및 유지 보수에 대한 지식이 없긴 하지만 그게 사실 그렇게 전문적이고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진입 장벽으로 보자면 아주 낮죠.
거기다 직원이 아닌 사실상 프랜차이즈 형식의 계약 구조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익을 본사와 나누어야 하는데 기사에게 떨어지는 수익이 월 400만 원 이상이다 ,
그럼 답이 나오는 거죠.
'대기업 서비스 기사 VS 사설 출장 서비스 기사'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A/S 센터는 대부분 본사 직영이 아닌 하청 방식입니다.
대기업 내의 자회사나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 소속이죠.
보통 대기업 서비스 기사가 센터에서 혹은 출장 가서 작업을 하고 받는 공임은 거의 건 당 3만 원 선입니다.
이게 고스란히 기사의 수입이 되는 것은 아니고 월 기본 급여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아마 기본 급여에 처리 건수에 따른 추가 수입이 붙는 형태일 겁니다.
반면 대부분의 출장 서비스 업체 홍보에 따르면 거의 대기업 센터 기사 기본 급여의 2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같은 일을 하면 누가 과연 대기업 서비스 센터에서 일을 하려고 할까요?
특별히 요구하는 기술의 난이도가 다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럼 당연히 출장 서비스 기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겠죠?
요즘 같은 취업 빙하기 시대에 월 400만 원 급여?
일할 사람들이 줄을 설 겁니다.
이게 무슨 큰 투자금이 필요한 프랜차이즈 가맹 방식도 아니고요.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가?'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만약 업체가 소속 기사 숫자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수익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하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기사 한 명 당 배정되는 작업 건수는 줄어야 합니다.
수리 수요가 거기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전반적인 PC 시장의 침체입니다.
PC 시장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그 수요가 이동하고 전체 PC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입니다.
앞으로 아마존과 구글같이 가상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기술이 발전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 이러한 수요 감소는 더욱 심해질 겁니다.
레노버 , IBM 같은 역사가 깊은 공룡들도 버티기 힘든 시장이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인데 유지 보수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욱 이상한 일입니다.
결국 저 업체들이 이야기하는 높은 수익이 뭘 의미하는지 바로 드러나는 부분이죠.
제가 저 회사들에 소속된 기사들이 하루에 몇 건을 처리하고 얼마의 수익을 버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업체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인건비 수준을 보면 이걸로 생계유지가 될까 싶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수리 항목 당 만 원도 안 되는 인건비로 월 400만 원 수익을 찍는 비결이 정말 궁금하네요. ^^
재밌는 건 한 업체는 아예 홈페이지에서 교체하고 난 고장 난 부품은 자기들이 전부 수거해 간다고 명시해 놨군요.
도둑질도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네요.
과연 그 업체와 기사는 A/S 기간이 남은 부품은 해당 제품 서비스 센터에서 무상으로 리퍼 교체가 가능하다는 걸 설명해줄까요?
전 항상 고객에게 이 사실을 고지합니다.
다만 센터 교체를 위해서는 하루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대부분 고객님들은 그냥 새 부품으로 교체를 원합니다.
단가가 낮은 부품은 오히려 센터에서 교체 받는 비용이 더 들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