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PC라고 하면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보다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가 먼저 떠오르기에 단어를 바꾸어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하긴 '메갈리아'덕에 '메갈로돈'이 '메가로돈'으로 개명당하는 시대니 이 정도는 별로 억울하지도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직업을 숨기는 이유
어제는 @danbain 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 방송의
@ukk 님 편을 청취했습니다.
평소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방송을 별로 보지 않는 편이라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한다는 것이 참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분 다 말씀도 너무 잘 하시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방송 중에 @ukk 님이 어떻게 그 많은 대외 활동을 하시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본인께선 이러한 활동이 결국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많은 자영업자들이나 사업가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 어필하기를 원하죠.
동호회 같은 활동부터 종교까지 , 꼭 그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적 성공에 이러한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반영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제 3년 차에 접어드는 저는 제 주위의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예전 회사의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겐 그저 아직도 부품 도매 업체에서 일한다고 말하고 다니죠.
그 이유는 조립 컴퓨터를 판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이 "싸게 해달라"라는 것과 "프로그램 좀 설치해 달라"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렴한 가격'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위의 사장님들은 오히려 아는 사람들은 A/S를 더 잘 해줘야 하니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죠.
이미 온라인 최저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남들보다 싸게 파는데 여기서 더 할인을 해주려면 그야말로 남는 게 없습니다.
어떤 때는 무료 봉사에 가깝죠.
그래도 찾아 주는 고마움에 기꺼이 감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입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두 가지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나는 거짓으로 사기 치지 말자 , 다른 한 가지는 불법 소프트 웨어 설치를 하지 말자입니다.
이 두 가지는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입니다.
단속에 걸리면 막대한 금액의 합의금을 감당해야 합니다.
지금도 거의 비용 충당도 못 하는 실정인데 이 상황에서 단속이라 당하면 그야말로 한강으로 가야 할 판입니다.
그럼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남들처럼 사기 치고 살아야죠.
컴퓨터 팔아서 돈 버는 방법
이것이 업자들의 소위 '호구 만들기'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흘러왔다기보다는 원래 그랬던 것이 더 가깝죠.
하지만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라는 업계의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서 양심껏 장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 건 당 2~3만 원 남는 인건비로는 도저히 몇 천만 원이 넘는 합의금을 충당할 수 없습니다.
(컴퓨*을 비롯한 용산의 대형 업체들은 가능합니다. 박리다매니까요.)
오프라인 매장을 하면서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를 거부하면 사실 장사는 포기해야 합니다.
어차피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그 이유로 오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아직 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그것이 제 양심을 지키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불법을 저지를 거면 굳이 양심적으로 장사할 필요 없죠.
이쪽 사업의 대표적인 범죄 두 가지는 탈세와 저작권 위반입니다.
둘 다 중범죄이지만 소비자와 판매자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 같은 범죄에 동참하죠.
이것을 오직 판매자만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사실 탈세는 소비자가 하는 거고 판매자는 그 행위에 동참함으로써 부가 수익을 얻는 것에 가깝습니다.
소비자들이 법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시장은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양심적인 판매자도 충분히 먹고살 만한 환경이 조성되면 굳이 남을 속여가면서 장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한 환경이기에 오로지 사기를 치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제가 2 년 넘게 장사하면서 많이 팔아봤자 주말에 한 대씩 , 월평균 8 대 정도 파는 게 고작입니다.
운 좋은 날은 평일에 어쩌다 한 대 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말 하루에 한 대 팔기도 힘듭니다.
인터넷 최저가에 근접해서 팔면 컴퓨터 한 대의 마진은 평균 6만 원 선입니다.
그럼 답이 나오죠.
월 고정 비용만 120만 원인데 반도 못 법니다.
이걸 판매자들은 어디서 끌어올까요?
일단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라는 범죄에 동참하면 가격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정상 사업자들의 윈도우 설치 비용이 1만 5천 원에서 3만 원 선인데 비해 불법 설치는 최소 3만 원 , 평균 5만 원 이상입니다.
여기에 본체 마진도 좀 더 붙일 수 있죠.
저는 한 대 팔아서 10만 원 마진 보기도 힘들지만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손해 보고 팔아도 10만 원은 넘게 남깁니다.
누가 살아남을지는 뻔한 거죠.
거기다 어차피 부품도 싸구려로 도배하면 1 년 내지 2 년 안에는 반드시 수리받으러 오게 되어 있으니 그때 또 한 번 벗겨 먹으면 됩니다.
한 대 팔아서 6만 원 대 수십만 원이라는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어떻게 소비자를 호구로 만드는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