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서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저에게 죽창질한다고 완장을 채워주시는 분이 계시군요.
평소 그분의 사상이나 행동이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될뿐더러 논리적인 대화도 어렵다고 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만 완장 채우고 등 떠밀어 주시니 죽창질 한 번 해보죠.
제가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갚아라"라는 옛 성인의 말씀을 신조로 삼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댓글 놀이할 만큼 요즘은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혹 그분이 보시고 시간이 남으시는 만큼 상대해 달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미리 그럴 수 없음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스팀 , 스팀달러는 정말 암호화폐인가? - 스팀잇의 여러 논란에 대하여 (18.06.18)
'온 동네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
매일 집에 가는 길에 버스에서 내리면 횡단보도를 건너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동네 사람들이 밤에는 무단 횡단을 한다는 겁니다.
없는 실력에 만든 거라 퀄리티는 이해해 주시고 상황을 보시죠.
사거리 신호는 1 - 2 -3 - 4의 순서로 반복됩니다.
제가 탄 버스는 3번 신호일 때 사거리를 지나게 됩니다.
버스가 사거리를 통과하면 4번 신호로 바뀌게 되며 사람들은 파란색 원이 있는 정류소에서 내리게 됩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면 건너편 동네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아래쪽 길이 유일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미처 횡단보도 도착하기 전에 보행 신호로 바뀐다는 것에 있습니다.
3번 신호 직후 4번 신호로 바뀌기에 버스와 같은 진행 방향으로는 차가 거의 없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 기사들은 배차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3번 신호가 끝나면 아주 느리게 움직입니다.
노란 신호에서 무리하게 건너거나 심지어 빨간 신호로 바뀐 뒤에도 사거리에 진입합니다.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리면 너나 할 거 없이 횡단보도를 향해 뛰거나 아예 처음부터 무단횡단을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불법 유턴을 하는 차들과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중앙선에 안전봉을 설치해서 불법 유턴을 막았습니다.
사람들은 붉은 선을 따라 비교적 안전하게 무단횡단을 합니다.
문제는 사거리 지하철역 개통을 앞두고 버스 정류소 위치를 주황색 원 위치로 옮기면서 발생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횡단보도까지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실질적으로 버스에서 내린 직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는
'버스가 3번 신호가 시작될 때 사거리를 통과하고 , 정상적인 속도로 운행하며 , 버스에서 내린 직후 빠른 걸음으로 이동'
위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가까스로 보행 신호에 맞출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보행 신호를 놓치면 다시 사거리 신호가 한 패턴을 다 반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운 좋은 날(?)은 제가 내린 버스의 다음 배차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과 같이 길을 건너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모르지만 한 여름 더위에 , 한 겨울 추위에 , 또는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을 정도의 비가 오는 날이면 정류소 위치와 교통 신호를 이따위로 설계한 인간들이나 버스 기사들에게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붓고 싶어집니다.
이런 기분이 저만 그런 것이라면 제 성격이 이상한 것이겠죠.
하지만 밤이 되면 열에 아홉은 하늘색 선을 따라 무단횡단을 합니다.
보행 신호로 바뀌어도 여전히 양쪽 차들은 움직이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어떤 날은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왕복 7차선 도로를 대각선으로 횡단하는 광경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걸 단지 우리 국민들의 준법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비난해야 할까요?
'스팀잇 , 어뷰징에 대하여'
이제는 솔직히 어뷰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지겹습니다.
어뷰징에 대한 범위도 유저마다 다 다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도 어뷰징은 계속되고 있으며 과연 스팀잇은 이러한 현 상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최근의 하드 포크 20은 스팸 봇들에 의해 가해지는 네트워크 부하를 막기 위함입니다.
어떤 행위에 대해 네트워크 자원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묻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네트워크를 위한 최적화 개념의 패치이지만 결과적으로 스팀잇이 드디어 스팸 봇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팀잇은 모든 어뷰징 행위에 대해 유저들끼리 알아서 싸우고 해결하라고 합니다.
과연 스팸 봇에 의해서 네트워크 자원이 낭비되는 것이 온갖 어뷰징 행위보다 심각하게 스팀잇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데 동의하시나요?
물론 네트워크의 부하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패치입니다.
문제는 왜 이것만 신경쓰냐는 겁니다.
부계정으로 거짓된 글을 쓰고 , 부당한 방법으로 보상의 분배를 받아 가는 것은 대다수 유저의 이용 의지를 꺾는 행위입니다.
스팸 봇이 불편함이라면 어뷰징은 부당함입니다.
불편함과 부당함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더 악영향을 미칠까요?
당장은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의 부하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팀잇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거기다 RC라는 자원 개념으로 사용에 대한 권리를 준다는 것은 얼핏 타당해 보이나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 부분은 스팀잇의 모순에 대해서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루겠습니다.
SMT가 적용되면 계정 자체가 중요해집니다.
보유한 스팀 파워에 상관없이 모든 계정 하나 하나가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지금도 다수 계정을 동원한 어뷰징은 전혀 손도 못 대는 상황인데 과연 스팀잇 측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얼마나 준비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사람 대다수가 무단횡단을 하고 잠재적인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이를 단순히 '준법정신의 부재'로 보는 것은 부당합니다.
교통 신호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 도로 구조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것은 공무원과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본분은 다 하지 않은 채 , 오로지 사람들의 선한 의지로만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처음에는 교통 신호를 잘 지키는 사람들도 남들이 무단횡단으로 이득을 보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 선한 의지가 꺾이기 마련입니다.
지금의 스팀잇이 그렇습니다.
어뷰징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는 계정들을 그대로 둔 채 선량한 유저들에게 선의의 행동을 강요한다면 , 스팀잇이 외치는 그 이상은 절대 실현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