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와 하드 포크가 겹치면서 여러 스티미언분들의 활동이 급격히 침체되고 있네요.
어제부터 업무가 바빠서 미처 하드 포크 후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이 없었는데 그동안 올라온 글들과 직접 실험을 해보니 이제는 희망을 버려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시스템적인 완성도가 재미를 보장하는가?'
예전에 게임 회사를 다닐 때 제가 많이 들었던 말은 QA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로 졸업하기는 했습니다만 공부를 거의 안 해서 관련 지식은 비전공자와 같습니다.
8년간 QA 일을 하면서 다른 의견에는 대충 동의하지만 제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물론 QA 담당자가 프로그래밍적인 지식도 갖추었다면 문제를 분석하고 개발팀과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습니다.
버그가 없는 게임은 재미가 있는가?
이제는 한국인의 전통 민속놀이가 된 스타크래프트를 보죠.
버그인지 아닌지 판단이 애매하긴 하지만 상당수의 전략이 개발진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기능들의 조합으로 탄생했습니다.
오랜 기간에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가 아직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이런 점도 무시를 할 수 없죠.
저는 버그가 없는 게임보다 재미가 있는 게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프로그래밍적인 지식이 업무 진행 속도를 향상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가 되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버그 역시 게임의 일부분으로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죠.
결과적으로 재미가 없어도 돈 버는 데는 문제가 없는 한국 게임 시장이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럼 이제 스팀잇으로 돌아가 봅시다.
원래 현재의 문제 상태에 대해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대책이 나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스팀잇 이야기] HF20이후 발생한 다양한 이슈들이 패치를 통해 해결될 예정입니다
'MMORPG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이전의 포스팅에서 스팀잇의 많은 부분은 MMORPG의 생태계와 수익모델에서 영향을 받은 ,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하드 포크는 그러한 특성을 다시 한 번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로 모바일 게임의 시스템과 수익구조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접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일반적인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보다 접근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남녀노소 국민 모두가 유저가 되면서 시장 규모와 수익이 이전의 PC 온라인 게임 시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장했죠.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유저 이탈도 빠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접근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만큼 갈아타기도 쉬운 거죠.
그래서 초기 모바일 게임들은 의도적으로 유저의 플레이 기회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유저 이탈과 수익 추구를 동시에 노렸습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도 여러 게임들의 실패를 겪고 난 뒤 드디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당시 오픈 초기 매출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하루에 억 단위의 매출이 찍히니 이게 진짜인지 믿어지지가 않았죠.
당시 매출의 특성은 소액 결제 유저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챠 기반의 고액 결제가 매출 구조의 핵심입니다만 이것은 결국 시장이 축소되면서 ARPU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초창기의 모바일 게임들은 대부분 행동력이라는 게이지를 소비해야만 게임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스테이지 진행형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1회 플레이 시마다 게이지 일정량이 소비되며 , 당시 인기를 끌었던 '팜'류 게임의 경우 게임 진행 중 건설 및 생산 활동에 현실의 시간과 동일한 시간이 소비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매출 구조의 핵심은 바로 이 시간입니다.
누구나 동일하게 가진 24시간이라는 시간을 돈을 지불하면 늘려주는 방식이죠.
바로 회복 또는 단축의 기능을 가진 아이템을 팔고 이를 사용하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됩니다.
이번 패치로 부여된 보팅 마나와 RC는 바로 이 모바일 게임의 행동력이라는 시스템의 모방입니다.
당시 모바일 게임에서 무과금 유저들은 그야말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플레이를 해야 했습니다.
게이지 회복 속도에 맞춰 일상생활이 돌아가는 것이죠.
그때 유행했던 게 '잠 쪼개서 자기'입니다.
게이지가 회복되는 일정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을 자다가 잠깐 플레이하고 다시 자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죠.
어제 테스트한 결과입니다.
물론 앞으로 패치가 되면 소비되는 수치 자체는 변하겠지만 기본적인 동작 방식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즉 ,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활동 패턴을 강요받고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초기 상태입니다.
보팅 마나는 177,400 , RC는 261,500입니다.
보팅을 1회 했습니다.
소비된 보팅 마나는 3,400 , RC는 2,700입니다.
보팅 마나는 0.7% , RC는 0.55%가 소비됩니다.
RC가 원래 수치로 획복되는데 약 40분이 필요합니다.
보팅 마나는 약 50분이 지나야 회복이 됩니다.
이해하기 편하게 1회 보팅 시 1시간 뒤에야 게이지가 완전히 회복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24회만 보팅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리스팀과 댓글 등의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RC를 소모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RC의 회복 속도가 보팅 마나보다는 빠른 편이나 결국 리스팀과 댓글을 많이 달수록 더 많은 RC가 필요하게 됩니다.
앞으로 패치를 통해 RC 소모량을 줄인다고 합니다.
@donekim 님이 정리하신 내용을 보면 댓글에 필요한 RC 량이 1/10으로 줄어드는군요.
회복 속도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회복 속도인데 사용량만 줄인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현재와 동일합니다.
게이지가 풀로 찬 상태라면 이것저것 다 하겠지만 결국 게이지가 바닥나면 다시 찰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게임이라면 전략적으로 사용하거나 '현질'을 해야겠죠.
하지만 스팀잇은 게임이 아니라 플랫폼입니다.
'새롭게 바뀐 수익 모델'
사실 SMT 이야기를 들었던 당시만 해도 드디어 이 인간(네드와 재단)들이 정신을 차렸구나 했는데 이번 패치를 보니 제 착각이었네요.
현재 스팀잇의 위기는 스팀 파워 감소입니다.
더 이상 수익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많은 이들이 스파 다운을 하고 떠나고 있죠.
스팀잇 측으로서는 이 스파를 남아 있는 유저들이 흡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패치로 인해 스팀 파워 충전 - 게이지 회복이라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 놨습니다.
게이지 채우는 게 지루하다면 그냥 현질해서 최대치를 늘리라는 이야기죠.
모바일 게임에서나 써먹던 수법을 여기서 또 쓸 줄은 몰랐습니다. ^^;
스팀잇 측에선 버그라고 하지만 게이지 상한이 늘었을 때 회복이 되지 않는 문제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며 이것은 전적으로 개발진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먼저 개발 과정에서 보자면 기획 단계부터 스팀 파워가 증가했을 때 , 즉 게이지 상한치가 늘어날 경우의 처리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는 회복이 안 되는 상태를 버그로 규정하고 이를 고치겠다고 하는데 이런 기본 시스템조차 문제가 있다면 그냥 자기들이 아마추어 개발자만도 못 하다는 고백을 하는 겁니다.
기획서 , 코드 작성 , 마지막 테스트까지 이 문제를 발견하고 검토할 찬스는 3번이나 존재합니다.
이것이 아주 복잡한 시스템도 아니고 어떤 기능들이 중첩되면서 발견된 상황도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의 동작 방식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것이 그들의 의도였다고 봐야 합니다.
버그라는 건 사용자들이 반발하니 그냥 이유를 둘러대는 것이죠.
처음 계획은 사용자들이 최대치를 한 번에 채우고 이걸 조금씩 소비하는 방향으로 기획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회복 속도로는 도저히 사용자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쓰기에는 부족하죠.
그래서 스파 임대 시 최대치가 늘어나는 만큼 회복을 시켜 주겠다는 겁니다.
(100% 회복인지 현재 비율만큼 회복시켜 준다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이제 남들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스팀 파워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이지 사용 - 스팀 파워 충전 - 게이지 회복 - 게이지 사용의 사이클로 만드는 것이죠.
초기 모바일 게임들이 행동력을 채워주는 아이템을 팔았듯이 스팀 파워 충전으로 그 역할을 하게 하는 겁니다.
결국 갈수록 스팀잇을 이용하기 위한 비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현재의 스팀 파워라는 진입 장벽이 없어지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거죠.
'플랫폼으로서는 최악의 수'
제가 반복적으로 말씀드리지만 부분 유료화라는 한국식 수익 모델은 콘텐츠의 생명을 대가로 수익을 얻는 '악마와의 계약'입니다.
어떤 게임이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 모델을 가진다면 롤처럼 밸런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어떤 경우에도 결말은 같습니다.
'서비스 종료'입니다.
스팀잇은 플랫폼을 목표로 합니다.
사용자가 글을 쓰고 소통을 하고 그 과정에서 보상을 얻는 생태계가 구축된 플랫폼이 스팀잇의 이상입니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해지자 SMT를 통해 유튜브와 같은 광고형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자고 하죠.
광고형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액티브 유저 수입니다.
그동안 스팀잇은 100만 계정을 자랑거리로 이야기했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여기 조금만 와 있어 봐도 광고를 걸만한 플랫폼이 아니란 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유저 간의 트래픽 발생이 기존의 온라인 광고 시장에 비해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습니다.
물론 시스템만 만들어 두면 아무리 적은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하긴 할 겁니다.
중앙형 시스템이 아니니 어차피 스팀잇 측이 수익이 없어서 이 플랫폼을 접지는 않을 거라 판단할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로 유저가 급격히 증가하고 엄청난 광고 수익을 얻는 창작자가 나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 스팀잇 측으로서는 액티브 유저 , 즉 활동하는 계정이 늘어야 하며 바로 이번 패치가 그것을 위한 것입니다.
요즘 모바일 게임의 추세는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돌리는 것입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게임들이 오토파일럿 기능을 지원해서 시스템 자원만 넉넉하면 한 사람이 수십 개 계정 돌리는 건 일도 아닙니다.
고가의 하드웨어만 있다면요.
결국 액티브 유저 수 자체가 허수가 되는 거죠.
기존의 스팀잇이 노린 점이 총 유저 수 부풀리기 였다면 이제는 액티브 유저 수 부풀리기로 간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구조가 필요 한가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쓰시는 분들 중에 만약 회사가 내일부터 현질 없이는 활동 못 한다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그 플랫폼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비록 그 본질은 채굴되는 스팀의 분배지만 그 방식은 글을 통한 SNS 활동입니다.
방식보다 수익에 중점을 둔 투자자들은 떠나고 이제는 미래를 믿는 사람들과 스팀잇 활동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만 남은 상태죠.
이러한 상태에서 스팀잇의 선택은 남은 사람들을 더 쥐어짜겠다는 겁니다.
이러한 수익 구조는 절대 플랫폼으로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문턱을 더 낮추어도 기존 플랫폼들을 따라잡을까 말까 한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유저에게 스팀 파워 충전을 더욱 강요하는 모습을 보니 과연 인간의 탐욕은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문제점을 패치한다는 말을 들어 보니 결국 처음 목표는 이거였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하면 욕먹으니 지금의 방식을 취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