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a r a s u m J a z z F e s t i v a lThe 2nd Festival | Gapyeong, Korea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15회까지 진행됐네요.
이 페스티벌은 2004년에 시작된 페스티벌로, 당시에는 음악 페스티벌, 게다가 재즈만으로 진행되는 페스티벌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로 기억납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니 15년 전 당시 웹페이지는 사라진 것 같은데, 해당 페이지에서 페스티벌을 기획하신 분이 재즈 저변 확대 및 뮤지션 발굴 등에 있어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올인하는 심정을 소개했었습니다.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서 이제는 내로라하는 페스티벌이 되었고, 가평은 '잣' 에 '재즈' 를 더한 곳이 되었네요.
2004년 1회 페스티벌 당시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이랑 펜션까지 예약을 다 했었는데, 태풍에 이은 집중호우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 계획을 접었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2회 때 가봤지요.
2회 때는 재즈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이 페스티벌에 집중됐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Trio Toykeat 도 공연을 했고, Joshua Redman, Richard Bona, Tommy Emmanuel, Mike Stern 등 전 세계 어느 페스티벌에 가더라도 이만한 라인업을 한곳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싶을 정도의 라인업이 등장했기 때문이었죠.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듯한 아이로 랜탈라의 연주가 매력 있는 트리오인데, 개인적으로는 드러머 라미 에스케리넨도 멋있어서 참 좋아합니다. 제가 이 트리오를 알게 되었던 당시에 이들의 CD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는데, 마침 공연을 마치고 아이로 랜탈라 본인이 직접 세일즈에 나서더군요. 남아있는 CD 전부 긁어왔다고, 스테이지 뒤편으로 오면 살 수 있다고. 그래서 주머니 탈탈 털어 전부 구매하고 속지에 일일이 사인도 받았더랬죠.
근데 그 CD 들이 이젠 저한테 없습니다.
누군가 먹튀했어요. 다시 연락해서 받을 수도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망할X...
ㅠㅠ
공부도 잘했던지 예일 로스쿨에도 합격하고, 최종 하버드에 진학했으나 재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아예 음악가의 길을 걸었죠.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는 아들의 모습은 뭔가 멋집니다.
스테이지에 홀로 덩그러니 올라와 있었지만, 이분은 다른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습니다.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심오한 소리로 현장의 모든 사람과 시간마저 휘어잡는데 와 이게 장인이구나 싶었습니다.
기타가 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체험해 보시려면 토미 엠마뉴엘느님의 연주를 직접 보셔야 합니다.
공연 당일 밴드 내 퍼커션 주자가 생일이었어서, 생일 케잌에 촛불 붙여서 축하해주고, 축가로 리차드 보나가 부른 노래가 있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황홀함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공연 끝난 줄 알고 자리 비우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자리 잡기도 했었어요.
노래가 너무 좋았어서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었는데, 아쉽게도 제목을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대강의 멜로디만 기억날뿐, 무슨 곡이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당시에 영어 좀 할 줄 알고, 깡만 좀 있었으면 직접 메일이라도 보내봤을 텐데요. 생각난 김에 지금이라도 이메일 한번 보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크리스마스 이브고 하니, 잔잔하면서 분위기 고양시키기에 괜찮은 곡을 뒤적이다 리차드 보나의 음악을 한 곡 소개해볼까 합니다. 노르스름한 조명과 촛불에, 그리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선율에 매력적인 리차드 보나 목소리가 Douala 언어로 읊조리는 노래입니다.
슬슬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다짐 및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혹 가보신 적이 없다면 미리 계획 세우셔서 내년에 열리는 16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한 번 다녀오시는 것 어떨까요.
제가 다녀왔던 페스티벌은 아주 오래전이라 최근의 페스티벌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15년 전의 이 페스티벌이 제 인생 Top3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공연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