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port |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SMT 플랫폼 진입에 관한 상상

machellin(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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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port.com 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한번 비트포트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야지 했었는데, SMT 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고리를 찾아 포스팅을 해봅니다.

비트포트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의 성공 요인을 찾으려면 일단 아주 오래전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던 시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야겠네요..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은 Vinyl 로 믹싱을 했습니다. 따라서 뮤지션이 새로운 곡을 만들었을 때 Vinyl 형태로 음반을 릴리즈 했지요. 이 Vinyl 이라는 게 래커 판에 소리 골이라는 홈을 파서 제작합니다. 루비 바늘로 소리 골을 파게 되는데, 이를 마스터링 작업이라 합니다. 완성된 마스터링 판은 검수 후 도금 작업을 진행하고, 도금된 마스터링 판을 이용하여 스탬퍼라 부르는 양각의 금속 틀을 제작합니다. 이 양각의 스탬퍼 판을 래커 판에 대고 누르면 음각의 소리 골이 찍힌 판이 글자 그대로 찍혀 나오는 것이죠. 음반을 찍어낸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합니다.

그런데 대량 생산을 하자니 아무래도 물리적인 힘이 여러 번 가해지기 때문에 초판의 소리 골 품질이 좋아 초판의 음질이 가장 좋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략 50-60 장 까지가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한다..라는 카더라가 전해지네요. 따라서 어떤 DJ 가 정확히 말하면 프로듀서지만 편의상 DJ 로 통칭 새 음악을 만들고 마스터링을 진행하면, 초판을 찍어 친분이 있거나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DJ 에게 판을 나눠 줍니다. 함 들어보고 괜찮으면 믹싱하거나 틀어봐라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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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판은 아직 어떤 형태의 계약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Vinyl 중앙에 디자인이 들어간 스티커가 붙지 않았습니다. 흰 스티커에 아티스트 이름과 제목만 매직 펜으로 슥슥 휘갈겨서 나눠주곤 했지요. 따라서 이러한 초판에 white label 이라는 별칭이 붙습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빽판이죠.

이 빽판을 받아 든 디제이들이 오 이 음악은 빤타스틱하고 어메이징 해! 라는 감명을 받으면 본인들이 클럽 등에서 gig 을 하거나 mix set 을 만들 때 리스트에 집어넣습니다. 그러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죠. 음악이 드디어 생명을 부여받습니다. 대중에게 불려지고 들려집니다. 인기가 올라가면 레이블에서 뮤지션에게 연락을 취하여 계약이 진행되고, 드디어 정식으로 음반이 발매됩니다.



이렇게 officially 음반이 발매되기까지 나름의 시간이 걸리다 보니 빽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대단한 장점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대박이 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음악에 대해서 레이블과 뮤지션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얼리어답터가 되어 평론가의 지위를 누릴 수도 있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의 금전적 이득에 이를 활용하기도 수월했죠.

세월이 흘러 CD 가 등장하면서 초판의 중요성이 많이 낮아질 법 했지만 일렉트로닉 음악 생태계에서는 Vinyl 이 쉽게 죽지 않았습니다. DJ 들이 Vinyl 로 믹싱하는 것을 소위 말하는 간지나는 퍼포먼스로 여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음원들을 파일로 추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오자 양상이 많이 바뀝니다. 굳이 돈을 들여 마스터링 후 빽판을 만들어 디제이들에게 뿌릴 필요 없이 파일만을 뿌리면 되니 말입니다. 게다가 냅스터를 필두로 P2P 사이트가 등장하니 창작물은 방구석 리스너에게까지 다이렉트로 날아들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자 기득권을 누릴 수 없게 된 계층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합니다. 어떻게든 창작자와 대중 사이를 떨어뜨려야 했고, 그 거리를 유지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P2P 사이트에 십자 포화를 퍼붓고 음원 사이트를 만들게 되죠.

창작물에 대한 대가 지급이라는 표면적인 취지를 비난할 수야 없지만, 정당한 대가는 지불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음원 사이트는 차트를 팔았지요. 차트 상단은 돈이 되는 음악들로 채워졌고, 곧 그 자리는 돈을 벌기 위한 음악들에게 팔려나갔습니다. 매니아들은 점점 본인들 취향의 음악이 자취를 감추는 현실과 마주합니다. 전문가에 준하는 니즈를 가진 이들 매니아들은 본인들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음에 그들만의 세상을 따로 마련하여 둥지를 틉니다.

그렇게 매니아들이 하나 둘 모여든 공간은 곧 전문적인 식견과 취향, 정보가 넘쳐나는 문화적 파급력을 적어도 일렉트로닉 음악 씬에서는 갖추게 되었고, 이 집단을 비트포트가 공략합니다. 비트포트는 유저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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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yl 이나 CD 의 장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음질의 음원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작비 때문에 유니크 한 음악들은 쉽게 접하기가 힘들죠. 이 틈으로 비트포트가 들어옵니다. 들어보기 전에는 검증이 불가한 MP3 파일에 대해 프리미엄 포맷을 게런티하고, 유니크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디제이, 프로듀서 그리고 그들의 팬들을 위한 집’ 을 표방했어요. 생각의 가치를 내세우며 좋은 컨텐츠에 보상을 하는 어느 곳과 비슷하군요.

1차적으로 전 세계의 프로-준프로-아마추어 디제이들이 비트포트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악한 음질의 파일로 음악을 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리고 전문가들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창작에 필요한 샘플링 음원들도 등록이 되기 시작하면서 비즈니스가 활발해집니다. 2004년이면 아직 음원을 돈 주고 구입하던 시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비트포트에서 만큼은 이때 벌써 곡당 동전이 아닌 지폐 가격으로 매출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오로지 누적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매주 차트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일부 레이블의 의도가 담기거나 아티스트의 취향이 들어간 차트가 아니다 보니 금세 이 차트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명실 상부 일렉트로닉 음악의 트렌드를 반영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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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순항하고 신뢰가 쌓이기에 비트포트는 보다 방대한 아카이브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자연히 창작풀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비트포트를 향하기 시작했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릴리즈가 가장 빠른 곳이 되었습니다.

컨텐츠의 퀄리티에 집중하여 여러 문화 중 한 분야를 리딩하게 된 비트포트가 SMT 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봅니다. 굳이 비트포트일 필요는 없겠죠. SMT 에서 가능성을 엿본 프로듀서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가칭 비트포트 SMT 생태계에 던지는 겁니다. 보상이 적다한들 중간 개입자의 몫을 뺀다면 아무리 초기의 보상이라도 처참하게 낮은 수준일까 싶네요. 초기의 적은 보상이 걱정되면 실험적인 창작물의 테스트 장이 될 수도 있겠구요. 성공한 실험이 나온다면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 곳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고 새로운 영감을 창작자에게 안겨주는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SMT 에서는 스팀잇 처럼 페이 아웃 제한을 두지 않고 창작물이 계속 살아 숨 쉬게 해주는 겁니다. 청자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직접 연결되도록 말이죠.



그럼 그 창작물을 소비할 청자는 자연스레 유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소비가 큐레이팅이 되어 리워드 된다는 초딩 수준의 발상과 마케팅에서 더 나아가 굉장히 유니크한 창작물이 소비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 더 나아가보면 익명으로도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계에서는 돈보다 무서운 것이 소문이라는 말도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주변 평판이 걱정되어 착취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도 냉가슴을 앓는 음악인들이 많다는 것이죠. 이런 창작자들이 SMT 플랫폼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던가 팀으로 활동을 해야 할 경우 뜻이 맞는 사람끼리 레이블을 만들면 어떨까요.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의 불합리한 계약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다.

복잡할 것 없습니다.
서로가 가진 스파를 모아서 레이블의 간판만 내세우고, 보상은 스파에 따라 나눠가지면 되니까요. 복잡한 계약서나 지분 분쟁 등의 소지는 거의 없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공개되는 블록체인이니까요. 차트 역시 현재로서는 가장 순수에 근접한 수준의 데이터를 반영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스팀헌트를 조금 사용해봤습니다.
누가 봐도 신박한 물건들은 확실히 지지를 받더군요. 그리고 현재까지는 표절 등의 필터링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표절을 지적한 모더레이터에게는 다른 유저들이 보팅을 합니다. 잘했다는 격려겠죠. 이와 마찬가지로 가칭 비트포트 SMT 에서는 표절은 용납하지 않은 채 숨겨진 음악을 발굴하여 소개하고 순수한 감상을 전하는 유저에게 보팅이 쏟아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찌 보면 막연한 기대에 기대어 투자를 시작하고 스팀잇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변화가 빠름에 놀랍고 기대감에 흥분되면서도 조금은 무섭기도 한 세상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이 변화는 우리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언제까지 바꿀까요.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두서없고 산만하게나마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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