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화났어』 제인클라크 글, 찰스 퓨지 그림, 든손 옮김
아이들의 감정표현은 그들의 주양육자인 부모를 닮는다. 그중에서도 엄마를 닮는다고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아기였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부모는 그들의 세계이고, 우주이고, 생명이고, 모든 것이다. ADHD나 아스퍼거 등 장애스펙트럼상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타인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또래아이들에 비해서 상당히 떨어진다. 물론 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물리적 뇌의 기능장애로 인해 이러한 발달상의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런데 뇌기능에 문제가 없는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주양육자로부터 ‘감정의 이해’, ‘감정의 표현’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각한 경우 아이의 지적지능이 정상인데 지능검사에서 경계선장애아로 판명되기도 한다.(이 경우 부모님 중 한분이 지능 장애인 경우가 많았다. 한 4년간 초등학교를 돌면서 학습부진학생 상담 관련된 일을 했었다. 이렇게 또 써먹는구나. 장하다.--; 미리 고백하건데 나는 상담전공자가 아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자기에게 현재 일어나는 감정을 잘 인지하고 상대방이 찰떡같이 이해할 수 있도록 조물조물 요리해서 우아하게 담아내기란 어른들에게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이렇게 자기 이해와 자기표현을 잘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분쟁과 싸움은 상당부분 없어지지 않을까?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타인 입장의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법륜스님의 “행복”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버스에서 한 남자가 어떤 아가씨한테 아무 이유 없이 씩씩 거리며 육두문자 욕을 날린 것이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모두 이 아가씨를 쳐다보았고 아가씨는 억울하고 창피하고 분해서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가씨는 몰랐지만 아가씨의 하이힐 굽이 아저씨의 발가락을 찍은 것이다. 더군다나 아저씨는 발가락통증으로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버스, 등장인물은 맞는데.. 정확한 스토리가 통 생각나지 않아서 얼추 비슷하게 리모델링했다..) 아가씨의 청각신경에 육두문자가 살포시 날아 앉기 전에 아가씨가 자신의 하이힐이 한 짓을 인지했다면, 분통대신 죄송함이 먼저 일어났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100프로 잘 알아차린다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그렇다면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에는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여, 흥분하고, 시도때도 없이 주절주절 불러댄다는 말인가.(사실 이 노래는 나도 잘 모른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1년 내내 흥얼거리고 다니셨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잘 알지도 못하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어른으로써 그들을 평화롭고 화목하고 행복이 넘치는(??) 사회로 이끌어야하기에,
어른인 내가 얼마나 감정의 이해를 잘하며, 그런 감정은 또 어찌나 표현을 잘 하는지에 대한 자기 자랑들과 엄격한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고, 오늘은 아이의 감정, 그중에서도 “화”라는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기본스텝을 탄탄히 할 수 있는 그림책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러고 보니 꼭 아이의 감정은 아니다. 자신이 아이만큼이나 감정을 다루는데 서툴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따라 오기 바란다.(쓰면서 아이쿠, 나도 따라가야지.. 한다.)
<나, 화났어.>
자신의 생일날 친구들과 진흙 놀이를 하던 아기 코끼리 트럼펫은 자신이 쌓고 있던 탑이 무너지자 화를 참지 못했다.
트럼펫의 귀가 확 펴졌어요.
트럼펫은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코를 휙휙 휘둘렀지요.
“아이, 몰라, 몰라, 몰라!”
트럼펫은 뿌우뿌우 소리를 지르며,
허물어진 탑을 철퍽철퍽 마구 짓밟았어요.
엄마코끼리가 생일잔치를 망치겠다 그만하자~ 라는 말을 듣고,
한참 진흙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나서야, 아기 코끼리는 좀 나아졌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아삭아삭 나뭇잎을 따먹으려는데 간신히 닿은 나뭇잎이 탁 튕겨 나가고 만다. 또 화가난 트럼펫은 “귀를 펴고, 코를 흔들고, 발을 쿵쾅쿵쾅” 굴러 댄다.
이때 트럼펫의 엄마는
트럼펫, 엄마랑 1부터 10까지 세어 보자!
트럼펫은 엄마와 숫자를 세고 나서 신기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생일파티는 무르익고 기린, 미어켓퍼시, 코뿔소 등 친구들과 나무들이박기, 땅콩고르기, 밀어내기, 죽은 척하기 놀이를 하는데 트럼펫은 또 화가 났다. 오늘은 자기 생일인데 게임에서 번번히 지기만 하니 화가 날 수 밖에. 이번에 트럼펫은 기특하게도 엄마 말대로 해봐야지.. 생각하고는 속으로 가만히 숫자를 센다. 아..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다 마지막 게임으로 물총놀이를 하던 친구들은 엄마가 종일 정성을 기울여서 만든 트럼펫의 생일 케이크를 박살내고 만다.
엄마가 화가났다!!! 친구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 그림책은 화가 났을 때 화난 감정을 알아차리고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자신의 화나는 감정을 넘어서서 타인이 화가 났을 때 타인의 감정을 내 감정에 빗대어 이해하고 공감하며 더 나아가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 배우게 한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는 성장한다. 성장한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부모는 아이와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나의 경우에는 때로, 아이는 나의 훌륭한 스승이 되기도 한다. 물론 타산지석의 경우가....(냉장고 문을 발로 차 닫는 아이를 보며, 내 모습이 오버레이 됐다. 그후 가급적이면 발이 아닌 손-나에게도 쓸모를 다하는 손이 있으므로-으로 문을 닫아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 노력중이다. 나는 노력한다....)
아이와 함께, 혹은
어른인 당신 혼자.
이 책을 보라.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이 키득키득 웃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성장한다. (아마도... 그럴... 것.. 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루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