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시작되고 두꺼비는 내게 말했다
헌 집 줄게 새집다오.
작년이었다.
옆집의 이씨 아저씨 앞집의 정씨 아저씨가 안전진단인가 뭔가를 받으러 다녔던 것이
작년 겨울이었다.
이게 잘되면 재개발도 가능하고 이제는 우리 아버지 나이만큼이나 늙어 빠진 빌라가
새 아파트가 된다고 했다.
이게 돈이 나가는 게 아닌지 나에게 손해가 아닌지 고민하던 몇몇의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싸인을 했고
대다수의 주민들은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싸인하기 바빴다.
안전진단이 통과되자 재개발 속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액셀을 밟았다
헌 집 줄게 새집다오.
갑자기 아줌마들이 동원돼 싸인을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고
앞도적으로 많은 표로 재개발이 통과되었다.
정비업체가 선정되고 집값이 들썩이고
모두가 행복 회로에 감염되어 있을 때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씨 아저씨가 얼마를 받았다
정씨 아저씨가 얼마를 해 먹었다
모두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사이좋던 두 아저씨가 서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별로 크지도 않던 빌라가 편이 갈라졌고
친한 아주머니가 내 인사를 받지 않았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내 일은 아니니
내 집도 아니고
내 부모의 집이니
내가 결정할 권한은 없다.
하기사
18평의 정신질환 딸이 있는 경원이네도,
22평의 일용직으로 하루 먹고사는 상원이네도
32평의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충분한 분담금을 가지고 있겠지...
그러니 모두들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는 거겠지..
답답한 마음에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말끔히 빼입은 뭐였더라 어디 건설사에 있는 오 과장이 서있다.
내가 인사를 하자 나를 보고 씩 웃는다.
기분이 좋은 건지 오 과장이 웬 노래를 흥얼거린다.
"헌 집 줄게 새집다오"
살고 있는 집이 재개발이 되면서 슁숭생숭 합니다. 분담금은 생각도 안 하고 사인만 하는 사람들이 답답하네요...
제 집도 아니라 결정권도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 각색해서 한 번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