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친정 엄마가 톡으로 아빠가 서울에 오셨다고 말해주신다.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오셨다는데 어제 밤에는 어디 모텔에서 주무셨다고.
"네? 왜요? 우리 집에 오시면 되죠."
"그러게. 그렇게 말했는데 멀다고 그냥 말하지 말라고 하시네."
멀지도 않다. 심지어 가깝다.
전화를 한다.
"아빠~ 서울 오셨으면 저희 집에서 주무시면 되지요. 왜?!!!!"
"아침 일찍 나가야 되고 너 번거롭게 뭐하러...."
"괜찮아요. 오늘은 저희 집에 오세요. 가까워요."
"아니다. 다음에 엄마랑 놀러 올게. 이번엔 일이 있어서."
"네...그럼 꼭 그러세요. 담에는 서울에 일 있으면 저희 집에서 주무세요.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엄마랑 같이 말고 아빠랑 단독으로는 만날 일이 없었다.
막 싹싹하고 살가운 딸이 아니라 좀 어려우셨나 보다.
물론 나도 엄마랑 같이 아니고 아빠만 만나면 좀 그럴 것 같긴 하다.
(50이나 되서 엄마 , 아빠라고 부르는게 이상한가? ㅎ 일부러 더 그러고 싶다.)
오늘 아빠의 행동은 사실 충격적이다.
우리 아빠는 눈치가 없기로 유명하다. 엄마는 그게 항상 걱정이다.
만에 하나 엄마가 먼저 돌아가실 경우 아빠가 눈치 없이 굴다가 자식들에게 혹시라도 폐(?)를 끼칠까봐 걱정을 하신다.
오늘 어쨋든 나를 번거롭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서울 온다고 말 안한 점.
충격적이다.
엄마는 이제 안심이란다. 아빠가 그래도 눈치가 생긴 것 같다며.
ㅋㅋㅋㅋㅋ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온 몸을 바쳐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나이 들어서는 눈치까지 길러야 한다.
나쁜 딸.....
나이 드신 분들을 짠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이젠 거두려고 한다.
나도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보니 짠하게 바라보는 그 눈길이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자연스러운건데.
주름이 하나 하나 늘고 걸음걸이가 둔해지고 먹어야 하는 약이 하나 하나 늘고
그렇게 늙어간다고 해서
짠하게 바라보진 말아야지.
예전에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는데 하루 종일 심심해 보여서 라디오를 틀어드렸다.
"어머니~심심하시죠?"
"아니~"
아니라고 하신다.
"맨날 이렇게 살아서 안심심하다."
자꾸 그 말이 생각이 난다.
말동무 해드릴 생각은 안하고 라디오를 틀어주는 며느리.
나빴다.
걸레질을 자꾸 하셔서 하지 말라고 이리 주시라고 내가 한다고 했다.
거동도 불편한 분이 걸레질을 하시는게 싫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걸레질 하시게 둘 걸 그랬다.
뭐라도 하고 싶으셨을텐데...내가 그걸 뺏은 셈이다.
그것도 운동 삼아 하시면 되는데....내가 못하게 했다.
걸레질이 어머님의 취미인줄 그땐 몰랐다.
부모님들 소일 삼아 하시는 집안 일은 말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자꾸 말리면 내가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지도 ....
여러분은 나이 든 분들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드시나요?
왜 그럴까요? 이런 마음을 없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별 생각이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