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서평] 인간학의 고전,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

lu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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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한문교육과 김원중 교수가 엮어 옮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는 북경 중화서국에서 간행한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완역한 역자의 민음사판 『사기 열전』, 『사기 본기』, 『사기 세가』, 『사기 서』에서 73편을 선정하고 그중에서도 명장면만을 골라 번역문을 제시한 뒤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김원중 교수는 동양고전의 독자라면 잘 알고 있다시피, 동양의 고전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언어로 섬세히 복원하는 작업에 매진하는 번역가이기도 하다. 김원중 교수에 의하면 『사기(史記)』는 위대한 역사가이자 탁월한 문장가인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견뎌내고 자신의 혼을 담아 써낸 책이다. 사마천이 이러한 아픔을 겪고 저술한 책이기 때문에 유독 이 『사기(史記)』에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이 깊게 배어 있다. ‘사기’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역사에 대한 기록을 뜻하는데 우리에게는 사기 가운데에서도 백미로 평가받는 열전(列傳)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 황제 시대로부터 사마천 자신이 살았던 한무제 때까지 2000여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다루어져 있다. 김원중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주나라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제후국 50개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 칠웅, 즉 진나라를 비롯한 한, 위, 제, 초, 연, 조 등의 흥망성쇠 과정이 제왕과 제후 또 그들을 위해 일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되어 있어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긴장감 있는 문체로 적은 기록이라는 평가를 해제에 내놓았다. 또한 열전(列傳)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18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18페이지를 살펴보면 열전(列傳)이란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의 전기를 주로 수록한 글이다. 열전(列傳)에는 신분을 초월해 다양한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마천은 자신이 입수한 문헌 가운데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들을 먼저 고르고 거기에 평가를 더했다고 한다. 선을 행하는 자는 복을 받고 그러지 않은 자는 화를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독자에게 일깨워 주고자 한 것이다. 만일 어떤 인물의 행동에서 본받을 만한 가치가 전혀 없으면 아예 그를 무시했다. 진나라 말기에 권력을 휘둘렀던 환관 조고(趙高)의 경우, 『이사 열전』 등 다른 인물들의 열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이 책에는 『사기(史記)』에 대한 쉽고도 알찬 해제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사기(史記)』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에는 회음후 열전, 장의 열전, 오자서 열전, 이 장군 열전, 항우 본기, 전단 열전, 사마양저 열전, 자객 열전, 중니 제자 열전, 골계 열전, 순리 열전, 진 세가 등의 내용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흔히 동양고전, 그 중에서도 『사기(史記)』는 대학생들의 필독도서이자 성인들을 위한 필독서 리스트에도 항상 빠지지 않고 올라와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동양고전과 관련된 전공자, 가령 한문학이나 국문학 등과 관련된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막연히 읽기 어렵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책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책이 바로 『사기(史記)』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는 『사기(史記)』의 핵심 내용만을 골라서 쉽게 풀어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쉽게 책 속에 빠져들어 고전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 고전에는 막연히 어렵고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고전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고 향기롭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될 것이다.

김원중 교수는 이 책에서 『사기(史記)』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6개로 간추린다. 자신을 딛고 일어서서 승부하라, 겸양과 처신 그리고 처세에 능하라, 자신을 믿고 결단하라,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둘러보라, 안목을 길러 미래에 대비하라, 배려와 관용으로 아군을 만들어라가 바로 그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를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유후 세가에 수록된 것으로 “겸손”이라는 주제가 담긴 내용이다. 김원중 교수가 이 책의 162페이지부터 164페이지에 수록한 내용에 대한 해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량은 대대로 한나라의 재상을 지낸 명문가 출신으로 진나라가 한나라를 멸망시키자 원수를 갚기 위해 진시황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계획이 실패해 도피 생활을 하던 중 한 노인을 만나 병서를 받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노인은 장량에게 억지를 부리며 자기 신을 주워 오게 하고 신겨 달라고도 한다. 또한 노인은 자기보다 늦게 오지 말라며 몇 차례나 약속을 다시하고, 마침내 장량이 일찍 나온 것을 보고서야 병서를 전해 준다. 이를 통해 노인은 장량의 인물 됨됨이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훗날 장량은 유방에게 발탁되고 노인이 예엇했던 대로 ‘왕 노릇 하려는 자의 스승’ 역할을 하게 된다. 노인을 만나 장량이 처신한 것을 보면서 겸손한 사람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을 김원중 교수는 장량 이야기의 핵심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우리는 “겸손의 미덕”이 중요하다고 늘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겸손”이라는 게 무엇인지, 또한 어떻게 실천하는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유후세가에 수록된 장량의 이야기는 진정으로 겸손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를 되새김하게 해준다. 겸손이란 그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해주고 성실한 인품을 지닐 때 자연스레 보이게 되는 모습이다. 장량의 이야기를 거울삼아 겸손한 사람이 되도록 인품을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겸손한 인품을 갖게 된다고 해서 장량처럼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겸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의 273쪽에는 손자오기열전의 “부하의 종기를 빨아 준 오기” 이야기가 나온다. 274쪽의 해설을 참조해보면 오기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안목을 바탕으로 용병의 방법을 제시하여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부하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다. 흔히 현대인들은 “인간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어려운 인간관계도 술술 풀려나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학에 대한 최고의 고전이라고 본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어 옮김, 휴머니스트, 2017.03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