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일주일에 보통 한 분 정도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게됩니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원무과에서는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급히 알리고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은 보호자인 유족들이 환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하여 최대한 호흡을 연장 시키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막상 환자를 대하는 보호자들의 분위기는 의외로 침착합니다. 이미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해 둔 까닭이겠지요.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한 환자들의 이력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전직 관료로 부터 대기업 임원, 억대 자산가로 부터 생활보호 대상자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이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한 때가 있었을텐데 응급차가 와서 장례식장으로 향할 때에는 전직 관료나 가난했던 독거 노인이나 하나같이 조용히 아무런 저항도 없이 맨몸을 값싼 포대에 쌓여 장례식장으로 향해 실려갑니다.
...
저는 이런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사람이 죽으면 돈도 명예도 아무소용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해왔는데 그러다가 며칠 전 똑같은 상황을 목격하면서 옛날 중3 겨울방학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 제재(주요소재)인 어느 부자의 '가죽슬리퍼' 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렇다!' '정말 사람의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그저 속절없이 떠나버릴 인생일 뿐이다. ' '살면서 너무 집착하지도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저 오늘하루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한 순간을 의미있게 보내야 하겠다.' 고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창 밖에 아직도 비가 내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