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애그룹의 회장 <헤이토>라는 분을 위한 비밀왕국의 건설현장입니다. 여기서 직접 땅을 파고 노동을 하면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작품에서는 진짜 <채굴>을 통해 <페리카>라는 화폐를 얻습니다. <페리카>는 지하건설현장에서만 통용되는 제한적인 화폐단위이며, 현실화폐의 십분의 일의 가치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1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의 배경인 지하 건설현장
주인공 <카이지>는 지상의 도박판에서 돈과 신체 일부를 잃고, 이곳 지하세계로 떠밀려 들어옵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된 노동과 극도로 제한된 자유입니다. 하루 하루 고된 노동에 지친 카이지에게 떨어지는 돈은 몇푼 안되는 페리카입니다. 이런 카이지에게 유독 다정하게 맥주 한캔을 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반장>입니다.
그림 2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 - 월급받은 카이지
반장은 사실, 이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투매판을 관장하는 사람이자 플레이어입니다. 거래소 주인이 투자도 하는 거죠(모 거래소에 대한 의심이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요). 카이지는 반장이 놓은 덫에 빨려들어 노동으로 번 몇푼 안되는 돈을 유흥으로 다 탕진합니다.
사실 유흥이라고 해봤자, 고작 맥주 몇캔과 포장 닭갈비 같은 것이 전부지만, 지하세계에서 살고 있는 카이지에게는 천금과 같은 가치입니다. 이걸 알고 있는 반장은 카이지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카이지가 앞으로 벌어들일 노동에 대한 기회비용을 모두 저당잡으려 합니다. 그리고 결국, 카이지는 (승패가 이미 정해져있는) 주사위 야바위 도박판에 뛰어들게 되고, 자신의 지하세계에서의 삶을 건 치열한 도박을 벌이게 됩니다.
작품 속에 등장 하는 <페리카>는 지금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가상화폐CrytoCurrency가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된 우리가 쓰고 있는 현물화폐FiatCurrency 와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벌어 봤자 마음만 먹으면, 소소한 유흥으로도 모두 소비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그림 3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 - 반장의 독백
지하세계와 그곳을 둘러싼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속임과 이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은 이용하는 측과 당하는 측, 두 종류 밖에 없는거야>>라고 말하는 반장의 대사로 대표되는 지하세계에 대한 단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삶을 걸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야바위 도박판에 뛰어드는 카이지의 모습을 보면서, 저 모르는 응원이 생기는 것은 도박에 대한 짜릿한 희열이 아닙니다. 사회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은 커녕, 벌어들일 수 있는 돈마저 저 지하세계 만큼이나 제한된 현 사회, 하루 하루 절약하려 애쓰지만 소소한 유흥에 지출하고 나서야 얼마 안되는 돈으로 카드값을 쪼개는 <수많은 나>에 대한 공감일 것입니다.
(도박만화전문작가 인)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현재진행작인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굵직굵직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일확천금을 향한 범인凡人들의 허황된 욕망, 떡상잭팟이란 서사시를 위해 써내려가는 고난과 역정, 속임수와 이중속임수의 카타르시스 등, 인간의 본성과 돈을 위한 욕망의 실체를 여실히 그려냅니다. 비단 도박의 범위 만이 아닌 것이지요.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에 담긴,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을 비꼬기 보다는, 그 실체를 받아들이고 그 앞에 겸손한 삶을 살고 싶은게 저의 바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지의 숙적이자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빌런인 <헤이토 회장>의 분산투자에 대한 명언을 올리면서 끝맺겠습니다.
그림 4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 - 재애그룹 회장의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