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2. 락음악은 죽었는가?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미개최 결정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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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을 무시하고 '록 음악'이 아닌 '락음악', '록페'가 아닌 '락페', '록밴드'가 아닌 '락밴드' 등 발음 우선 표기를 하였습니다.
*고유명사인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과 같은 경우는 그대로 표기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걍 내 맘..

LilyLee's Life Magazine 2.
Music
락음악은 죽었는가?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미개최 결정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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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마지막날 모습.

올해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이유는 ‘락음악의 인기 하락’.

아니 언제는 우리나라에서 락음악이 그렇게 대단한 인기가 있었던가?

2000년대 후반 펜타포트의 성공에 힙입어 산골에 위치한 지산 리조트에서 열리기 시작한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한국의 후지락페를 만들자’는 웅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펜타포트에서 해외 아티스트 섭외를 주로 맡았던 옐로나인이 독립하며 CJ와 손을 잡았는데, 그래서 초반에는 제법 거창한 야심과 철학이 통했는지 모르겠다.

지산락페의 성공으로 돈에 눈이 먼 지산리조트가 옐로나인을 쫓아내고 자기네들끼리 ‘지산 월드락페’를 열었을 때도, 이미 CJ와 합병한 옐로나인은 인천의 펜타포트와 합치지 않고 또 다시 자연을 찾아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열었다. 밸리 없는 밸리락페의 등장이다.

안산락페는 딱 한 번 가봤는데, 그야말로 모기밭이었다. 모기들이 페스티벌을 여는 형국이라 모기들한테 입장료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게다가 역시나 주차장 - 입구 - 공연장까지 시골 배경 영화를 찍는 것처럼 먼 데다 땡볕이라 그 후로 ‘두 번 다시 안산은 안 간다’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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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인 거 맞나요? 왜 때문에 허허벌판..

아무튼 이렇게 ‘후지락페처럼 대자연 속의 락페’를 지향하던 지산락페는 재작년 다시 지산리조트로 돌아갔다. 세월호 사태로 안산락페를 취소한 그 다음다음 해의 일이었다.

나는 지산에서 열리는 락페를 매우 좋아했다. 사먹을 음식이 더럽게 없다거나 하는 모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외딴 섬 같은 공간에서 신나게 꽝꽝 음악을 듣는 것은 매우 기분이 좋은 일이었고, 그 후 갔던 모든 락페에서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같은 땡볕에 텐트를 치고 지냈던 터라 지산락페만의 크고 시원한 나무 그늘이 너무도 그리웠다. 무엇보다 나는 그 때 철없이 즐겁던 20대 초반의 여자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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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깔고 시멘트 바닥에 앉아도 즐거웠던 그 때

하지만 다시 간 지산락페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멀고먼 주차장이야 락페들의 고질적인 문제이니 더 거론할 것이 없고, 셔틀버스 타고 편하게 갔으니 더 말 않겠다. 하지만 미리 캠핑사이트를 예약한 사람들이 땡볕의 캠핑장을 사용해야 하는 점은 매우 싫었다. 물론 공연장이 가까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무가 우거진 안쪽의 캠핑장을 이용할 수 없는 점은 매우 아쉬웠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내가 지산에 대해 좋게 생각했던 점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셈이었다.

제일 실망스러웠던 것은 일관성이 없는 직원들의 태도였다. 잔디밭에는 의자를 펴놓고 봐서는 안된다며 핏대를 세우더니 몇 시간 후엔 잔디밭이 돗자리와 의자 천지가 됐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늘막까지 쳤다. 이때 너무 빡쳐서 ‘두 번 다시 지산엔 안 온다’고 결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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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과 비교해보면 다들 장비가 매우 좋아졌다. 락페 소비층이 세월이 흐르며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반증이다.

그에 비하면 펜타포트는 몹시 쾌적하다. 여전히 주차장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이 권장되지만 처음 빈약했던 나무그늘은 몇 년 새 자란 나무 덕택에 조금 넓어졌고, 내부 푸드코드의 고만고만한 페스티벌 음식에 질리면 나가서 사먹어도 된다. 문어를 넣어주는 백합칼국수집이 매우 맛있다. 놀부 부대찌개도 사먹을 수 있다. 페스티벌에 3일 동안 상주하다 보면 이런 사제음식(?)이 미치도록 그립다. 펜타포트는 이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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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도 줄서서 먹는 맛집이었던 백합칼국수 집. 술 거의 끊었을 때였는데도 소주가 술술 들어갔다.

페스티벌로 자선사업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흙파먹고 살 수는 없다. 기업은 수백명의 딸린 식구를 먹여살려야 한다. 아마도 그들은 락페라는 갇힌 틀 속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만한 꾀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들의 태도다. 락음악의 인기 하락이요?

‘지산락페 미개최 결정’은 태도 문제다. 멀리 외국의 사례를 들 것도 없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우리나라에서 재즈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매년 열리는가? 펜타포트는 인천에 유난히 락 팬이 많아서 라인업으로 지산락페에 후드려 맞을 때도 꿋꿋이 쉬지 않고 매년 열려왔고?

락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다. 태초에 락 음악의 마지막 부흥기로 여겨지고 있는 2000년대의 ‘개러지 록 리바이벌’ 당시에도 프란츠 퍼디난드, 스트록스 같은 쟁쟁한 록뮤지션과 함께 나란히 헤드라이너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은 블랙 아이드 피스였다. 힙합 뮤지션이다! 그후로도 꾸준히 펫 샵 보이스, 케미컬 브라더스, 저스티스 등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헤드라이너 내지는 그에 준하는 위치를 꿰어차고 나왔다. 밤새 이어지는 디제이 세션도 있었다.

지산락페는 2년 전 그들의 방송채널인 엠넷에서 인기를 끌었던 쇼미더머니 출연진들을 출연시키며 관객몰이를 꾀했는데, 이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에도 그들을 보려는 관객이 매우 많았던 것을 보면 상당히 성공적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지코는 라이브 세션을 준비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오히려 ‘락페라서’ 두세곡 정도로 적게 준비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좀 더 많은 곡을 소화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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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세션으로 좋은 무대를 보여줬던 지코

돌이켜보면 펜타포트나 지산락페에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섰었다. DJ DOC에 싸이도 왔었고 빅뱅이 무대에 선 적도 있었는데(빅뱅이 왔던 해는 펜타포트가 ‘락페로서의 위기’에 직면했던 해라 아예 하루를 케이팝에 할애하긴 했지만) 이 모든 건 락 뮤지션만으로는 스테이지를 채우기 버거운 국내 음악계의 현실이자 락음악의 비대중성에서 기인했다.

그러므로 ‘락페’들은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상당히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듯한 펜타포트 역시 계속 티켓을 팔아먹기 위해 중심축은 락에 두되 일렉트로닉과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끼워넣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상당히 폐쇄적인 락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빌보드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은 제격이지 않은가?

‘자연 속의 락페’를 컨셉으로 잡았던 지산밸리는 그래도 꾸준히 관객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지산락페는 ‘록 앤 아츠 페스티벌’이라며 기묘한 타이틀을 내걸었으니까. 하지만 콘텐츠는 자기네 채널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들 뿐이라 ‘광고네’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한 리뉴얼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기업 냄새가 풀풀 나는 지산락페가 아니라 다른 페스티벌에 간다. 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편하고 쾌적한 펜타포트에 가면 된다.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불편한 교통과 숙박, 먹을 곳의 부재, 이랬다 저랬다 하는 운영규칙, 무엇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비싼 티켓값!) 지산락페에 참여할 만한 메리트도 매력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굉장한 라인업으로 일부 관객을 끌어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제 뮤즈도 식상하고, 지산락페의 최고점은 라디오헤드에서 끝났다. 콜드플레이가 마지막 마지노선이었다. 더 이상 우리나라 사람들을 움직일 ‘거물 락 뮤지션’은 없다.

락페는 락 뮤지션 라인업만으로는 살 수 없다. 공식적으로 락페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명실상부 최고의 락페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글래스톤베리에도 제이지와 비욘세가 헤드라이너로 서지 않았던가?

결국엔 락페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대자연 속의 락페’라며 대단한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 같았지만 대기업이 선택한 것은 철학보다는 돈이었다. CJ는 지산락페 대신 도심 속의 음악 페스티벌을 콘셉트로 한 ‘2018 필스너우르켈 프리젠트 파크 뮤직페스티벌’을 6월경 개최할 것이라 한다. 어디서 많이 본 콘셉트지 않은가? 엥 이거 완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아니냐? 또또 잘 되는 건 다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펜타포트는 올해 BTS를 불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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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도심 속 뮤직 페스티벌로 자리잡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제살 깎아먹기 식 락페가 우후죽순 열리던 아름다웠던 지난 날이 떠오른다. 2009년, 2010년경은 락페의 시대였다. 얼마나 많은 페스티벌이 열렸다가 사라지곤 했는가.

아마 어떤 것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침이면 쓰레기밭이 되었던 공연 후의 잔디밭,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때로는 어깨를 부닥치며 슬램을 했던 격렬한 라이브 현장, 맥주를 물처럼 마셨던 뜨거운 여름날, 다시 쏟아지는 비에 주워 입었던 담배 냄새 나던 비옷,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했던 내 20대 같은 것들 말이다.

락음악과 함께 나의 청춘은 죽었는가?

그렇지 않다. 이제는 긴 의자에 드러누워 크게 돈 걱정 없이 음식을 먹고 사 마시게 되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는 무대 앞에 쫓아나가 선다. 남편을 그런 나를 보고 ‘몇 년 더 젊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사람들 틈에 섞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그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하며, 여전히 좋아하는 뮤지션과 음악이 있는 한 그 짓을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6월에 워너원 월드투어를 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펜타포트에도 갈 것이다. 이미 락페는 지나가버린 내 청춘의 추억 같은 것이 아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나 휴가처럼, 매년 반복하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거기에서 또 원 오크 락 처럼 마음에 드는 밴드를 발견할지도. 그리고 또 언젠가는, 힙합 붐이 다시 온 것처럼 락음악의 유행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그 때는 또 씨제이가 슬그머니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을 부활시킬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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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음악의 부흥은 돌아올까? 락음악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요즘, 그 이유가 락의 뿌리에 있나 싶어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힙합도 사회 비판 가사가 주류를 이루던 흑인 음악이었다. 유튜브로 음악을 보고 듣는 시대에 비주얼 관리를 게을리 한 음악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비틀즈가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반항적인 로커 스타일을 고집했다면 지금 위치에 있을 수 있었을까? 물론 노래가 좋았던 것이 첫 번째겠지만, 대중적 인기에는 이미지 역시 큰 몫을 한다.
락음악의 몰락과 부흥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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