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자 문화 콘텐츠입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죠.
특히 ‘삼국지 게임을 해볼까?’ 싶으면서도 삼국지 내용을 잘 몰라 선뜻 손이 가지 않거나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권짜리 요약본은 너무 압축한 탓에 읽어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그렇다고 10권짜리 책을 읽자니 손이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의는 뭐고 정사는 뭔지, 이문열 삼국지는 뭐고 나관중 삼국지는 뭔지?
사골처럼 우려먹고 있는 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이 게임을 하면 중국 지리에 해박해집니다.
그럼, 삼국지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시작합니다.
삼국지는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걸까?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본 삼국지는 이문열 삼국지, 나관중 삼국지, 좀 더 나아가서는 황석영 삼국지, 월탄 박종화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만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창천항로나 화봉요원 등의 작품도 들어보셨겠지요.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나관중이 쓴 ‘삼국지통속연의(흔히 삼국연의, 연의라고 부름)’를 말합니다. 이문열이나 황석영의 삼국지 등은 모두 이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물론 이문열 삼국지 등은 나관중의 삼국지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평역’을 하고 있어 실제 나관중이 쓴 삼국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삼국지라도 역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내용은 물론 문체도 많이 다릅니다.
홍콩의 만화가 진모 작가가 그린 '화봉요원'은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을 연상케 하는 허무주의가 저변에 깔려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국내 정발이 중단되어 아쉽습니다.
오리지널 ‘나관중 삼국지’ 내용을 알고 싶다면 월탄 박종화 삼국지를 추천합니다. 역자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고 고풍스러운 문체가 ‘시대물’을 읽는 맛을 주거든요. ‘여포가 조조의 투구를 땅 쳤다’ 같은 문장은 참 위트가 있어 깔깔 웃게 됩니다. 이 책은 제법 쉽게 읽힙니다.
월탄 박종화 삼국지.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의 업적 중 상당 부분은 허구입니다. 제갈량이 실제로 전투에 나선 것은 6차례의 북벌 뿐이었으며, 그마저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갈량이 대단한 인물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는 우수한 군사가 아니라 뛰어난 정치가였지요.
이말년씨리즈의 '제갈공명전' 중 한 장면. 청년실업과 제갈량의 삼고초려를 접목한 수작입니다. 굉장히 재밌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이말년씨리즈 단행본 1권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진수의 삼국지에 다양한 사료를 덧붙여 주석을 단 것이 배송지입니다. 송나라 시대 사람인 배송지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을 적은 자료까지 모두 참고하여 일단 다 쓰고 봤습니다. 그래서 배송지의 주석은 진수가 쓴 내용보다 훨씬 많았죠. ‘어느 책에는 이러이러 했다고 하니 그 진위는 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오’ 식입니다. 사가로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 시대 분위기나 실제 대중의 여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삼국지 연구는 물론 수많은 관련 문화콘텐츠를 탄생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일본의 역사소설가 키타가와 겐조의 삼국지는 코에이의 진 삼국무쌍 등 일본발 삼국지 관련 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국내 정발본은 절판이지만 현대일본소설 식의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원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벌써 2018년이니 슬슬 배송지 주석의 삼국지 번역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들 보고 계시면 좀 내주세요..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