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든다는 것. 그것은 몹시도 어리석고, 순진한 말. 어른이 되어간다의 다른 표현이 철이 든다라면 이는 슬프고 불편하다. 살아가며 철이 들어간다. 어린 나이에 빨리 철이 들었다 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남보다 빨리 파악했다는 것. 이치의 파악이란 강자와 약자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눈치. 눈치란 강자 앞에 엎드리는 비굴함과 약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고민하는 영리함이다.
세상에 눈치를 보며 약고 빠르게 성공의 추월차선에 들어서기 위해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철 든 이의 모습이며, 돈이 되지 않을 일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 일에, 그보다 더 문제는 당신들이 해왔던 일에 우리가 동참하지 않음은 철이 들지 않은 이의 모습이다.
그렇다. 철이 들었다의 의미는 당신들이 해왔던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여, 강자와 약자를 구별하며, 강자 앞에 엎드리고, 약자를 구별해 내어, 빠르게 권력과 재물을 위해 달려나가는 것이다.
고등학생 즈음에 철이 든 아이는 대학의 진학에 모든 힘을 모으며, 여자이든 게임이든 조금은 뒷전으로 할 수 있어야 옳은 아이. 거기에 부모까지 생각하여, 나의 미래 꿈에 부모가 개입한다면 완벽하게 철이 든 아이.
대학생 즈음에 철이 든 젊은 어른은 학자금에 용돈에 뒷바라지 하며, 그동안 고생한 부모의 수고를 깨닫고, 학업에 열심하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마련하며 열심히 살아가야 철이 든 젊은 어른. 여기에 미래를 생각하고, 부모의 미래까지 고민한다면 완벽하게 철이 든 젊은 어른이 된다.
30살 무렵의 청년은 현재의 상태와 앞으로의 직장 생활을 어떻게 잘 적응할지를 고민하며, 빠른 시일 내에 결혼하여, 부모에게 손주를 안겨 드릴까를 고민해야 철이 든 어른. 만약 40살이든 50살이든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사회의 이단아며, 돌연변이, 부모의 골칫거리가 된다. 세상 속에 우리의 자아는 고귀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세상이란 틀이 있다. 그 틀 속에 우리 삶을 꾸겨 넣고, 찰흙처럼 빚어내야 옳은 인생이 된다. 만약 우리 내면의 자아에 돌이나 불순물이 섞여 있어 틀에 맞지 않게 되면, 세상은 우리를 변화 시키고, 교화 시키고, 설득시켜야 할 대상으로 살피기 시작한다. 우리는 돌연변이인 동시에 이단이 된다.
“얘는 누굴 닮아서 이런지 몰라.” 우리의 존재를 돌연변이며, 이단으로 단정하는 표현이다. 나의 가치가 내 존재로서 들어나는 순간이 아닌, 세상에 끼워 맞추려다 보니 한 아이의 자아가 너무도 독특하고, 고귀해 그 틀에는 맞아 들어가지 않으니, 자아를 자르고, 꾸겨서 틀속으로 억지로라도 집어 넣기 위해 만드는 언어 폭력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어머니)도 어릴 적 그 만의 독특하고, 고귀한, 어여쁜 자아를 그렇게 부모(할머니)를 통해 잘리고, 꾸겨져 틀 속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 안에 힘겨운 숨을 쉬며, 그렇게 생각한다.
“시키는데로 하였고, 열심히 살았는데 내 삶은 왜 이모양이지.. 행복하지 않지.”
내 자아가 틀속에 억지로 꾸겨 들어있는데 행복할리가. 수십년이 흐르면 그 아이도 어른이 되어 당연하게 나의 아이에 대한 폭력이 시작되는 것이다. 망각은 축복이라지만 적어도 이 경우엔 저주이다.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우리는 대에 대를 이어가며 사랑하는 소중한 자식들에 대한 폭력을 이어가게 된다.
이 세상엔 빅브라더가 있는가? 우리를 감시하는 거대한 무엇인가는 존재하는가? 빅브라더란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CCTV라 생각하는가?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세상은 우리 안에 빅브라더를 세상 인민들 하나하나의 머릿속에 소프트웨어로 삽입하여, 나도 모르게, 너도 모르게 감시하도록 만든다.
감시는 세상의 이치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순응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며, 그것을 교육시키며, 공동체 안에 살아가며 지켜야 할 도덕이며 윤리를 말한다. 이를 모든 곳곳에 가치관으로 뿌리내리게 만든다.
철이 든다는 것. 그것은 몹시도 어리석고 순진한 말. 어른이 되어가고, 인격적으로, 영적으로 더욱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시에, 철이 들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것.
세상이 말하는 대로 듣지 말자. 부모가 요구하는 데로 살아가지 말자. 나와는 조금 먼 사람들의 의견을 듣자. 책에서 뉴스에서 유튜브에서 잡지에서 세상의 현인들이 하는 이야기와 다양한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들 중 과연 과거 부모가, 어른들이 해 왔던 것을 답습하여 그 자리에 온 이가 있는가. 그러면서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이 해온 것을 답습하도록 교육하고, 지시한다면 내 아이에게 나는 또 다른 빅브라더가 되어가고 있는 것.
병상에 앉아 철이 든다의 의미를 되돌아 본다. 철이 들지 않겠다는 선언은 남보다 뛰어나게 잘 살기 위함이 아닌, 최소한의 인간되게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