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KBS)
급한 분들은 문제 파악과 해결 방안만 읽으셔도 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저 안에 다 담겨 있습니다. 다른 파트는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입니다.
요즘 전자책으로 책 읽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스마트폰 크기가 커지고, 태블릿 PC 보유도 늘고, 크레마 같은 리더기 보급도 활발합니다. 책을 스크린으로 보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점차 바뀌어가는 모양입니다.
실제 전자책은 일반 책과는 다른 이점을 가집니다. 기기안에 수 천권의 책을 넣을 수 있어 무게의 걱정이 덜합니다. 아침 2호선 지하철에서도 책을 볼 수 있죠. 배송 걱정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할인 정책으로 종이책 대비 30~80%까지 저렴한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게 전자책을 보는 방법이 10년 장기대여입니다. 그동안 교보문고나 YES24에서 경쟁적으로 할인 경쟁을 벌여 왔습니다. 거의 50~80%까지 저렴한 가격에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예로, 베스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는 Yes24에서 정가 11,900원인데 반해, 장기대여는 2980원까지 가격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이러한 할인 경쟁이 대형 서점. 이를테면, 교보문고나 알라딘, Yes24, 리디북스 등에는 이득이 되지만, 출판업 전체로 따지면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이 시간엔 전자책 장기 대여가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교보문고)
출판업계에서 출판사와 대형 서점(유통사) 간의 줄다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형 서점이 유통 시장을 해친다며, 도서정가제도를 실시했죠. 이후 단통법 시행 때와 같은 문제가 나타납니다. 시장 교란은 그대로이고, 가격만 상향 수평화되면서,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된 것이죠. 문제는 왜곡된 유통질서를 잡지 못하다 보니 계속해서 가격만 올리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형태가 지속됩니다.
먼저 책 판매의 기본 수익 분배 구조를 보겠습니다. A라는 책 1권에 10,000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때,
(A) 유통사(서점)는 책 가격의 30-40%를 수익으로 가져갑니다.
(B) 저자는 책 가격의 10%를 수익으로 가져갑니다.
(C) 출판사는 책의 제작 비용으로 한 권당 4,000원 정도를 가져갑니다.
이 상황에서 알 수 있는 사안은 (1) 출판사는 책을 제작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고정적 수익이 필요하다. (2) 저자의 수익이 매우 미미하다. (3) 서점은 유통만을 담당하는 입장이지만 큰 수익이 생긴다. 곧 박리다매도 서점에는 득이 된다. (4) 출판사는 많이 팔리더라도, 책을 제작하는 고정 비용이 있으므로,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가 난다. 서점과의 이해 관계가 다르다.
(출처 : 교보문고)
전자책의 유통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출판사는 책의 제작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통사인 서점의 영향력이 거대하게 증가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어느 서점에서든 책을 구입하면 그만 입니다. 어디에서 산 책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지금은 이를 각 대형 서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역화 시킵니다.
교보를 예로 들면, 교보에는 e캐쉬라고 전자책만 구입할 수 있는 캐쉬인데, e캐쉬를 구입할 때, 상당한 수준의 할인혜택과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한번 e캐쉬를 이용하면, 거기에 들어가 있는 캐쉬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렵죠. 또 각 서점의 전자책 어플마다의 특색으로 한번 정착하면 이를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출처 : yes24)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5월 부터는 전자책 10년 장기 대여가 금지되고 최장 90일로 축소됩니다. 실상 대여 구입이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죠.
전자책에는 DRM이라는 제한 장치가 있습니다. 해당 기간이 끝나면, 사용 기간이 종료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막는 역할을 하죠. 거기에 대여는 도서 정가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도서 정가제는 도서 구입에 대한 법안 이므로, 대여로 우회해 간거죠.
모두가 우려하는 부분은 당장의 거래 절벽입니다. 과거 3천원, 4천원에 도서를 구매하던 독자들이 갑작스럽게 2배 이상의 가격에 보겠냐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출판사에서는 정가를 대폭 낮춰 재정가 도서를 내놓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하는데, 이는 이전 도서 정가제 시행 당시에도 실시가 되었고, 보기 좋게 실패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구조에서 장기대여를 금지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구입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출판업계 전반의 불황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죠. 업계의 불황으로 가장 큰 손해를 입는 것이 작가입니다. 다음이 출판사죠. 실제 타격을 가장 적게 받는 쪽은 오히려 유통사인 대형 서점입니다.
위에서 살펴 본 도서의 유통 구조와 도서 정가제, 전자책 장기 대여 금지 문제를 보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문제 파악은 전자책으로 한정하겠습니다. 해결 방안에서 전자책을 중심으로 살펴 볼 생각이다보니, 전자책으로 한정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a) 저자의 수익이 너무 적다.
(b) 유통 구조가 복잡하다.
(c) 출판사가 책의 제작을 할 이유가 없으니, 존재 이유가 없다.(너무 과한가요?)
(d) 대형 서점의 영향력이 너무도 과중하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공과 노력에 비해 수익이 너무 작습니다. 구조 또한 너무 수직 계열화 되어 있어, 저자가 출판사와 유통사의 갑질에 맞설 방법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유통 구조는 유통사와 출판사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저자의 이익과 발언을 강화하는 편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해야 겠습니다.
사실 출판 유통 구조에 관한 부분은 이전부터 여러 아이디어가 많이 제시 되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이 없어 보입니다. 지속적으로 법으로 제재하고, 가격을 올리는 이유가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해서겠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작가들과 소비자에게 돌아옵니다.
저는 이 문제의 답을 스팀 파워에서 찾고자 합니다. 스팀 파워는 스팀잇에서 스팀을 생산해내는 채굴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팀 파워가 갖는 장점 중에는 ‘힘의 분산’이 있습니다. 하나로 집중되어 있는 힘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갖게 만든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 집중해 아이디어를 설명하겠습니다.
(a) 우선 하나의 도서 유통 플랫폼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해당 플랫폼은 유통사(대형 서점)와는 별도의 독자적 플랫폼이고, 고객은 출판사가 될 수도 있지만, 저자 본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에서는 도서에 대한 적정 가격을 산정하고, 도서를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수의 리뷰어들이 지속적으로 판단에 참여하므로, 대형 서점들의 적정 가격에 대한 지표로 증빙하고 압박할 수 있습니다.
(b) 저자 K가 소설을 썼습니다. 전자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므로, 간단한 디자인을 거친 뒤 출판사 없이 책을 출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위 유통 플랫폼에 책을 등록합니다. 저자는 책에 들어간 비용을 공개하고, 본인의 적정 가격을 제시합니다. 비용은 1000권을 판매 했을 때, 3,000원 정도를 최하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고, 판매가격 10,000원을 제시했다고 하겠습니다. 책은 해당 플랫폼에서 유통됩니다.
(c) 소비자(독자)들은 해당 플랫폼의 코인을 가지고, 이를 파워로 전환 시킬 수 있습니다. 파워가 높을수록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되고, 책의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도서를 읽고, 해당 도서가 10,000원 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업보팅을, 없다고 생각하면 다운보팅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한가지 발생할 수 있는데, 시세 조작이 일어날 수 있죠. 따라서 1인 보팅의 최고 마지노선을 정하고, 플랫폼에서 책을 구입한 이들만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d) 도서는 1개월 단위로 책의 가격을 재산정 합니다. 저자 K의 소설이 사람들의 호평을 얻어 12,000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면, 1개월 뒤 부터 한달 간 12,000원에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매월 마다 그렇게 책의 가격이 변동됩니다. 이렇게 되면, 오래된 책들 중 값이 떨어지지 않을 명작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나 알랭 드 보통의 책들. 그런 책들은 5~10년이 지나도 가격의 하락이 미비할 수 있겠죠. 책의 가치를 유통사나 출판사, 작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권리로 이양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는 대다수의 도서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 될 겁니다. 서점의 가격 조작 없이도, 시장을 통해서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됩니다.
(e) 해당 구조에서도 유통사와 출판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편중되었던 권력이 저자와 소비자에게 일정 부분 이양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의 흐름대로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로 흘러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내부 로직 같은 부분은 모르기에 블록체인으로 사물과 문제를 볼 때는 우선적으로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저 문제의 본질이 권력 구조에서 나오나. 맞다면, 그 권력을 분산화 시켰을 때 얻는 이익이 있을까.”
권력 구조의 문제가 중앙화에서 나오고, 소수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블록체인이 들어가 해결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번 출판 유통 구조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죠. 이 해묵은 숙제를 왜 풀어내지 못할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고, 사회와 산업은 고도화되는데, 유통 구조는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으니 마지막 방안으로 법에 의존하게 된 겁니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은 책에 나오는 지식들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충분한 인사이트를 제공했을 텐데, 왜 책과 가장 가까운 이들이 답을 찾지 못했을까요.
위의 스팀파워에서 착안한 해결 방안은 사실 제게는 좀 생소합니다. 5년 전 비트코인을 알고 난 이후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던 접근법이거든요. 이러한 방식이 너무도 놀랍고, 블록체인을 사회로 확산시키고, 접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블록체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출판 유통 구조 문제는 얼마든 해결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린 아이디어 보다 더 나은 방안으로 실행되겠죠. 그리고 블록체인은 출판 이외에도 환경, 농업 등 다양한 문제에도 적합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포스팅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나 실제 사례들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였으면 합니다. 당장 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점차 답에 가까워져 갈 테니까요.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나 사례들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