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그리도 후덥지근 끈적한 날씨이더니, 밤이 되니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일 오겠다는 비가 조금 일찍 시작되는가보다. 요즘은 공기가 탁하니 비가 오는 소식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나면, 다시 또 공기가 맑아지겠지. 날씨가 좋아지겠지.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겠지.
간혹 비오는 날씨가 좋다. 모든게 좋다. 시원한 느낌과 푸른 잎사귀와 빗방울이 닿아 튀어 나오는 경쾌함이 좋다. 잠이 솔솔 오는 소리와 비릿한 냄새가 좋다. 내일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비가 오면, 노트북 들고 회사 앞 카페에 나가야겠다. 별 일이 없다면.
보팅에 대한 생각 변화
보팅액, 보팅수, 댓글, 팔로워. 스팀잇을 하며 보여지는 것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하다면 그건 완전히 거짓이다. 보팅이란 글에 대한 동기를 제공해주고, 시스템이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목적 자체를 오도시킬 때가 있다. 간혹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단순히 글 자체에 만족을 느끼는 이가 스팀잇에서 글을 쓰다보면 보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보팅의 양면성은 때론 내가 더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글의 소재를 찾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이의 글을 보며 감탄하고, 나의 글을 반성하며, 고민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동시에 이 좋은 동기부여는 나의 글의 순수성을 왜곡하며 호도하기도 한다. 나는 글을 좋아하며, 다양한 사물과 사건, 인식에 대해 나만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즐겨한다. 비틀고, 까고, 덧붙이기를 즐긴다. 그러한 시선과 생각들을 단순히 글에 옮기고 싶은 것이 첫째 목적이며, 욕심이다. 이는 다른 이들과 이러한 생각을 나누기에는 내 생각들의 독특한 측면이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보팅에 집중하는 나를 만나는 순간 나의 글을 쓰는 목적은 어느새 내부 유저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른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싶어 글쓰기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인가 주장을 할 때도 있고, 시를 쓸 때도 있고, 내 삶의 아픈 부분을 꺼낼 때도 있지만 궁극적 목적은 나로서 조금 더 완전해지고자, 내 안의 자아를 온전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인데, 가끔 보팅이란 녀석은 그마져도 나의 순수성을 허락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사실 나의 글쓰기라는게 별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무언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그럼 그 자체가 글의 소재가 된다. 글쓰는 솜씨도 특별히 별볼일 없으며, 글의 소재도 특별할 것이 없으나, 그럼에도 글에 있어서 만큼은 다른 무언가를 배제하고 순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남들과의 비교에 의한 욕심이 아닌 내 스스로에 대한 욕구이다.
스팀잇을 하며,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조금씩 나의 글쓰기는 나의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다. 많은 보팅이 나의 글의 수준을 평가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정신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서 보팅이 많이 붙었다 한들 나에게는 최대가 10불, 15불이다.(물론 크다) 그것이 내 생각의 가치를 대변하는가. 택도 없는 소리이고, 화가 났다. 그러다 어떤 한 글에서 (열심히 썼고, 의미 있는 글이라 생각되지만, 많은 보팅이 되지는 않았던) 많은 이들과 대화를 하며, 해당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생각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다시 원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글쓰기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SNS라면 관심도 없던 나는 이곳에 왜 들어왔나. 지난 주말 쉬면서 이번주 글을 쓸 것이 있을까 찾는데, 참 쓰기가 싫더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글이 싫거나, 스팀잇에 대한 불만은 분명 아니었다. 내 자신이 싫었다.
나는 여전히 지금도 글을 쓰며 보팅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개인적인 생각에 보팅은 훌륭한 발명품이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 허나 지금 내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이 많은 보팅으로 산출될지에 대해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글을 적다보니 또 울컥한다. 나의 소중한 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이 들어온 그대로 표현되도록 내버려두고 싶다. 보팅을 많이 받는 글은 받는 그대로, 아닌 글은 아닌 그대로, 나는 그 글에 대해서만 떳떳해지고 싶다. 내 생각과 내 스스로에게만 떳떳해지고 싶다. 다른 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 생각대로 내 방식대로 하련다. 의식하지 않고, 지금껏 내가 가장 잘해온대로 살아온대로 그냥 그렇게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