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잘 봐'
중학생 때는 시험 잘 보라는 말이 없으면 서운하고 아쉬웠는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시험 잘 보라는 말의 무게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더라.
중학생 때 나는 1등을 하면 기분이 좋고, 2등을 하면 조금 분해하고, 가끔 성적이 내 기대보다 너무 낮을때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었어. 왜냐면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고등학교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었고, 장학금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의 차이가 생길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고등학교는 달랐어.
오빠 때 신입생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학 할 때는 내신 180 이상인 애들이 80%가 넘는다고 했었던 것 같아. 우리 바로 위 학년보다 훨씬 많은 비율이라고 하셨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부를 해볼 마음이 있는 애들이 모인거지. 그런데 오히려 학생 수 자체는 줄었어. 그래서 1등급은 9등까지, 2등급은 26등까지야. 시험 한번 한번이 모두 내신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니까 망치는게 무서웠어. 너무너무. 그런데 내 마음과는 다르게 성적은 잘 나와주지 않더라. 수행을 잘 해서 등급이 잘 나오더라도 숫자로 보이는 낮은 시험점수는 나에게 압박감을 줬어.
한 번 방향을 잃으니까 균형이 잡히지 않아.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헷갈려.
그래서 오빠에게 정말 고마워.
내가 밟고 있는 곳을 밟아본 사람이기에, 이곳이 평평한 땅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해 줄 수 있는 말들이 내가 느끼는 것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p.s.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 나만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더 이상 헤매면 늦는다는 몇몇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겉으로는 웃지만 불안하고 초조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