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년, 대천사 미카엘이 아브량슈의 주교인 성 오베르의 꿈에 나타나 말한다.
-바위섬 꼭대기에 예배당을 지으라.
성 오베르는 단지 꿈이라고 생각하고 그 말을 무시한다. 그러나 대천사 미카엘은 다시 오베르 주교의 꿈에 나타나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에 빛을 쪼여 두개골에 구멍을 낸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이마의 상처를 발견하고 그제서야 이탈리아의 몬테 가르가노의 화강암을 실어와 예배당을 건축한다.
만약 대천사가 오늘 밤 꿈에 나타나 터무니없는 것을 시도하라고 한다면 과연 난 어떻게 할까? 성 오베르의 결단으로 인해 몽생 미셸 예배당 안에서 잠시 머물렀던 나라는 존재도 파생되었다.
꿈의 계시로부터 쌓아올린 몽생 미셸. 그 고운 자태를 잡지에서 본 나는 급작스러운 파리 여행을 결심하기 오래전부터 미로 같은 그 길을 걸으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돌아보면 모든 길은 전두엽에서 내 망막까지 직진하는 길이었다. 나는 구불구불한 길과 계단을 헤매다가 잠시 멈췄다.
바닥을 보니 8이 있었다.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몇 번의 이직 끝에 마련한 작은 커피가게를 접고 새로운 챕터 앞에 서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때의 나는 펼쳐지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강력한 배수진을 치고 싶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위해 가게의 모든 집기와 커피잔과 소품, 커피 관련 서적과 로스팅 노트를 새로운 주인장에게 다 넘겨주었다. 기록지에는 날씨와 기온, 습도에 따라 변하는 드럼의 온도변화가 분 단위로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내가 쏟았던 땀의 가치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땀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의 문을 닫아야 했다. 나는 확실하게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야말로 과거로 회기하기 위한 틈을 반쯤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발밑의 숫자 하나가 계시처럼 느껴지던 날, 가능성이 무한대인 상태로 꿈꾸는 데 한계를 두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그 마음이 다시 오늘밤 찾아왔다.
파리의 인상들
끝과 시작을 붙여볼까?
먹고 산책하고 노을을 본다
단골이 되고 싶은 가게를 나열한다
여행 속의 여행 - 니스에서 수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