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봄에 우리는 피렌체의 구시가지 안에 있는 천고 높은 벽돌집에 묵었다. 오백 년이 훌쩍 넘었다는 건물의 내부는 한겨울의 냉기가 물러가지 않았는지 라디에이터를 틀었는데도 추워서 잠옷 위에 스웨터나 가디건을 껴입고 자야할 정도로 추웠다. 새벽 5시쯤 되면 닫혀 있는 긴 덧창 틈으로 수레를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바닥에 삐걱대는 바퀴의 마찰음은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우유수레가 저절로 연상이 되는 바람에 그 시간을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다. 그 소리의 여운이 가시면 피렌체 대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고 높은 방
겨자색 베키오 다리는 다른 다리에서 봐야 예쁘다.
매일 아침 출근도장을 찍듯 피렌체 대성당의 거대한 돔 앞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관광객이 잘 가지 않는 로컬 맛집을 탐방하고 공화국 광장에 있는 회전목마도 탔으며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노을을 보았다. 그러고도 숙소로 돌아가기 싫어서 카페 질리에서 이야기꽃을 피웠고 직원이 너무 오래 있는다고 눈치를 주면 재빨리 계산하고 코트 단추를 제일 위까지 잠그고는 덜덜 떨면서 공화국 광장을 서성거렸다. 광장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악사가 있었는데 피렌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남은 동전을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다 쏟아넣었다. 그 후로 나는 어떤 도시에 머물렀어도 새벽에 울려퍼지는 수레바퀴 소리를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