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돌아온 다음날 밀라노 대성당을 보러 갔다. 그 시절 돈이 부족했던 우리는 밀라노에 있는 사흘동안 한인 민박에서 묵었는데, 운영하는 분이 나이 어린 대학생이었다. 그녀는 방 3개인 아파트를 빌려 하나는 자신이 쓰고 하나는 현지인에게 세를 주고, 나머지 하나를 한인 민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케쥴이 잘못 되었는지, 다른 한국인 커플이 우리가 도착한 그 다음날 도착했고 하룻밤을 그 커플과 함께 방을 써야 했다. 또 밤이 되면 현지인 세입자가 우리에게 알아 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 말로 화를 내곤 했다. 그래서 혹시 그녀가 세입자이고, 세입자라고 생각한 이탈리아인이 집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확실하지도 않은데 오해할 수는 없고 그녀만의 사정도 있을 것 같아 모른 척 했다. 그녀는 불편을 끼쳐서 미안했던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생크림 없이 달걀로만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줬다. 너무 맛이 없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맛이 괜찮냐고 물어오는 그녀에게 맛있다고 말해 주었다.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 역에 내려서 계단을 올라가니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고딕성당이 나타났다. 500년에 걸쳐 다듬어지느라 프랑스의 고딕, 르네상스식 쿠폴라, 신고전주의 파사드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고딕 성당으로 느껴지기만 하니 그 복합적인 양식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스테인드 글라스 밑에 서서
청동문을 통과해 성당내부로 들어갔다.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과 금박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벽과 조각에 둘러싸여 초에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성당의 내부는 천고가 너무 높아서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부의 천고만 해도 아파트 19층 높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 길을 걸으면서 처음 알았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정말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을. 단지 수트에 타이를 맸을 뿐인데도 핏이 완벽했다. 저마다 타이 색깔을 어찌나 잘 맞추는지 감탄이 나왔고 화려한 쇼윈도우보다는 자꾸 이탈리아 남자들 쪽으로 시선이 갔다.
카페 주카의 카푸치노
열혈 커피쟁이였던 우리는 끼니는 적당히 빵으로 때우더라도 유명한 카페라면 지나치지 않고 꼭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맛보았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안에는 까페 주카가 있었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았고, 서서 마시는 것과 앉아서 마시는 가격이 달랐다. 이탈리아 커피는 기본적으로 신맛이 나는 가벼움보다는 단맛과 쓴 맛이 어우러진 묵직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를 마시면 진한 풀바디와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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