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을 이기면 얻는 게 있는 것 같다.
어제 저녁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버릴까 아니면 내일로 미룰까 고민하다가 아예 쓰레기도 버릴 겸 산책을 나가기로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내친 김에 재활용 쓰레기는 물론 헌 옷과 음식물 쓰레기까지 해치워버렸다.
아파트를 빠져나와 바닷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내 눈에 크고 하얀 것이 들어왔다. 커다란 은색 동전같이 빛나는 달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어느새 해변에 서 있었다. 수평선과 달, 그리고 나 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놀랐다. 이렇게 달이 예쁜데 아무도 달을 보고 있지 않아서. 한편으로 내가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미루었다면, 이 달을 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달은 이 순간에 해야할 것은 반드시 하라는, 당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