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진심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 말대로 되었다.
나는 거대한 공간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그곳은 신들의 마차를 끄는 백마들이 쉬는 마굿간이었다. 어느새 내 손에는 양철로 된 물양동이와 긴 솔이 쥐어져 있었다.
수 천마리의 말들이 내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까이 보니 다리나 배 부분이 흙먼지로 뒤덮혀 있었다. 이 말들을 씻기는 일이 내 몫이었다. 등에서 땀이 날 정도로 당황스러운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완전하게 알몸이었다. 무방비 상태의 몸뚱아리를 수 천마리의 말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여기가 바로 내 꿈 속이라는 사실을.
자각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말이 가까이 다가오면 콧김이 등에 닿았는데 습기가 느껴졌다. 그 순간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바닷가에서 군중 틈에 끼어있었을 때는 분명히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굴리게 된다. 여긴 어디지?
자각이 일어나자 마굿간의 말들이 점점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시야는 오랫동안 닦지 않은 안경을 쓴 것처럼 흐리멍텅해지고 내가 디디고 있는 바닥은 액체가 출렁거리는 것처럼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꿈을 유지하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버텨보았다.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대리석 분수가 있는 신들의 놀이터로 가고 싶었다. 이 모든게 꿈이라면 일 년을 한량처럼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첫 자각몽을 기본 지식 없이 경험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결국 꿈에서 깨어났다.
완전하게 정신이 돌아오자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부처님께 깨달음 한 조각을 달라고 소원을 적어낸 날 이런 꿈을 꾸게 되다니. 꿈을 잊어버릴까봐 급하게 메모했다.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해줬더니 로또를 사라는 것이었다. 로또는 사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날 저녁 서점에 갔다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책을 만나게 된다. 전날 꿈에서 보았던 희고 눈부신 말이 생각나서 자석에 이끌리듯 집어든 책, 화이트북이었다.
꿈을 반추하면서 확실하게 알게된 사실이 있었다. 내 괴로움을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전지전능한' 신은 나에게 놀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대신 노예가 되는 것을 택했다. 내 깊은 잠재의식 속에 칩처럼 박혀있는 이상한 태도를 발견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신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원했다. 운명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진심이든 아니든 모든 결과는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꿈은 누가 보냈을까. 바로 나 자신이였다. 이것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지식이 아니라 앎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자각몽을 꾸는 횟수가 늘어났다.
내 삶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식이었냐면 계좌의 잔고의 색깔이 바뀌었고 사는 종목마다 빨간불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상한가 5방을 경험했다. 내가 기뻤던 것은 계좌의 잔고가 불어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새벽에 캔들 앞에 앉을 때마다 명치에서 시원한 소용돌이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4번째 챠크라가 열린 상태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밤이 되면 천장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회전하다가 푸른 섬광을 내뿜는 빛입자들이 출몰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가 꿈 속에 있었는지, 아니면 유체이탈이 된 상태에서 다른 차원에 있었는지, 아니면 뇌의 이상한 작용으로 환각을 보았는지 확실하게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누가 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면 천상에 갔다고 말할 것이고, UFO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면 다른 행성으로 갔다고 말할 것이다. 마차와 UFO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외계인이라는 학설도 이해가 된다. 이 넓은 우주에 불멸의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신이라고 불러도 될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고3 때 꿈에서 만났다가 아쉽게 이별했던 존재를 최근에 루시드드림 속에서 찾아낸 얘기가 될 것 같다.
Rucid Dream
Rucid Dream - 1. 빛나면서 감추고 있는 것
Rucid Dream - 2. 올로이드는 꿈의 안내자
Rucid Dream - 3. 신들의 고향
Rucid Dream - 4. 베일은 벗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