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광 시대에 금광의 꿈을 안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빈털털이가 되었다. 그 와중에 수익을 올린 사람들은 이들에게 곡괭이와 삽, 텐트, 청바지(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를 판 사람들이었다. -피터 린치
유명한 투자서적,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을 보면 '곡괭이와 삽' 전략이 나온다. 피터 린치는 인터넷이 세상에 알려지고 사용량이 급증하는 초기에 인터넷 관련 주식이 너무 급등해서 선뜻 사기 어려우면 간접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은 쇼핑문화를 변화시킬 것이고, 인터넷 쇼핑이 증가할수록 택배업이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강조한다. 모든 기회를 다 잡을 필요는 없다. 하나의 기회를 놓쳤다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른 기회를 잡아서 롱포지션을 유지하면 된다.
최초로 이 조언을 실행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나에게도 생겼는데, 당시에 커피가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게를 오픈했던 2009년으로 잠시 돌아가보겠다.
지금은 70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도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맥심에서 나온 봉지커피를 먹던 시절이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를 소비하는 계층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3년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가게 근처에 입시학원이 있었다. 재수생들은 점심시간에 우리가게에 들러 음료를 주문하곤 했는데, 그들의 단골메뉴가 스팀밀크에서 아메리카노로 급격하게 바뀐 것이었다. 처음에는 여학생부터 메뉴를 바꾸더니 점차 남학생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대학에 가면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실것 같았다. 맞은 편 학교 선생님들도 믹스커피에서 아메리카노로 바꿔 타기 시작했다.
그 시절 내가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커피 생두 수입업자였다면 큰 돈을 벌었을 것이다. 나는 다른 기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무렵 동서식품에서 카누가 출시되었다.
잘생긴 공유가 카누의 전속모델이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라는 컨셉으로 TV광고를 했다. 머리를 2대8 가르마로 곱게 넘긴 바리스타 공유가 카누 박스를 열고 작은 카페를 오픈하는 내용이었다. 광고는 신선했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핸드밀로 분쇄한 원두를 카누봉지에 담으면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두를 직접 갈아넣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냈을까요."
공유의 목소리와 함께 동서라는 회사가 내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동서는 동서식품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었고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김태희를 내세워 프렌치 카페로 국내 커피 시장 2위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위기를 느끼고 카누를 출시했다. 2011년 말에 판매가 시작되었을 당시 카누가 차지하는 매출은 미미했다. 2년이 지난 후 카누의 시장점유율은 1.8%였지만 매출이 매년 90%씩 성장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믹스커피에서 카누로 바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동서를 매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딸의 가게에서 케냐AA가 들어간 아메리카노의 맛에 푹 빠진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믹스커피를 과감히 버리셨다. 당시 동서는 재무도 우량했고, 배당도 연 3프로였으니 은행이자보다 많았다. 2013년 초에 만원 초반대부터 소액을 매수를 했고 그 해에 40프로의 수익을 내고 아쉬운 마음에 3주만 남기고 정리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동서의 가격은 중국수출의 호재를 업고 2015년 8월 초에 47900원이라는 최고가를 찍는다. 떠난 기차는 정중하게 보내주어야 한다. 다음 기차를 타면 되니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예측이 만연하고 있다. 암호화폐 직접투자를 하지 못했거나 블록체인 관련회사 주식을 선점하지 못했다면,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수혜를 입을 '곡괭이와 삽'이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기회는 어디에나 널려 있고 당신은 절대 늦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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