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온도
지난달 제주도에서 비누공방을 하고 있는 친구가 해운대에서 열리는 마켓움에 나가게 되어 이틀 밤 재워준 적이 있었다. 친구는 선선한 금요일 밤에 도착했는데 마켓이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이 되자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바람 한 점 없어서 고생할 친구가 염려가 되었다. 밀짚모자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디스플레이를 마친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더우니까 장사 잘 되겠네!"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우면 사람들이 대충 물건을 구경하고 지갑을 더 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제주도의 벨롱장을 비롯해서 야외마켓 경험이 많은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날씨가 좋고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날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낀 상태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안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덥거나 반대로 너무 추우면 사람들이 무엇에 씌인 것처럼 급하게 "지르고는" 사라진다고 친구가 말해 주었다.
그 날은 올해 부산에서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 과연 그 말대로 그녀는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 친구의 밀랍 초와 천연비누는 화학제품에 예민한 나도 직접 주문해서 쓸 정도로 품질이 좋기때문에 그날 "충동구매"를 한 분들은 틀림없이 만족하셨을 것 같다.
날씨와 매출의 관계에 대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나는 극단적인 더위, 혹은 추위는 기분 좋은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결핍을 느끼게 하며 파충류 뇌를 작동해 급하게 어떤 일을 저지르게 하는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열대야가 극성을 부리는 밤을 산책하다보면 꼭 대로변에서 눈을 부라리며 영화 한편을 찍는 연인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투자에서도 결핍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핍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비이성적으로 버닝하며 고점에서 풀매수를 하거나 저점에서 많은 손해를 보고 손절을 하게 된다. 마치 더운 날 생각 없이 많은 물건을 재빠르게 지르는 사람들처럼.
그렇다면 투자를 할 때도 야외장터에 있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하늘이 청명하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씨에 쇼핑을 한다면 충동구매보다는 정말 나에게 필요하거나 가치 있는 물건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즉 마음이 편안할 때 하는 투자는 실수를 줄여준다. 다른 사람들의 수익률을 보고 조바심이 난다면 그것은 투자를 쉬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심리적으로 결핍감 없이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꾸준히 훈련할수록 냉혹한 투자의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커진다. 새로운 기회는 마치 파도처럼 시시각각 다가온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언제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단언컨데, 가장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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