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과일가게에 가서 처음 보는 과일을 사는 것이다. 파리에서는 말린 게 아닌 진짜 푸룬을 맛보았다. 향기로운 과육과 새콤한 껍질을 씹는 순간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2유로를 내면 오렌지를 바로 짜서 통에 담아주는데 고성투어나 몽셀미쉘 투어를 하느라 지친 몸에게 신선한 비타민을 공급해 주었다.
손으로 빚은 디저트를 좋아하는 미쉘양은 [레클레어 드 제니]에서 갓 사온 에클레어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한 후 한 입 베어 물더니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 먹었던 에클레어는 에클레어가 아니었나 보다.
숙소 앞 빵집, [미스마농]. 진열장의 모든 빵이 다 팔려갈 때쯤 시계를 보면 저녁 7시 40분이었다. 맛 좋은 동네 빵집이라 늘 긴 줄이 있었는데, 우린 여기서 딸기 타르트를 사 먹곤 했다.
파리의 노을은 단막극의 커튼처럼 내려온다. 마레 지구는 대학생과 아티스트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라 예쁘고 맛있는 가게가 많다. 미쉘양과 나는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우리가 호빗이 아니라서, 그래서 하루 5끼의 식사를 하지 못해서 얼마나 아쉬운지 몰라, 라고 말하곤 했다.
오후 5시가 넘으면 노을을 보기 위해 퐁네프 다리 쪽으로 슬슬 걷는다. 그 시간에는 내일 아침 먹을 바게트 봉지를 들고 퇴근하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 단지 바게트를 들었을 뿐인데, 화보 같다. 날씨가 더운 날에는 열려 있는 창가에서 촛대에 불을 밝히고 저녁식사를 하는 커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어느 날 저녁 혼자 산책하다가 생 폴 성당에 들어갔는데, 마침 한 중년 남자가 3유로짜리 장초에 불을 켜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성모마리아상 옷자락에 손을 얹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오래 기도를 했다. 곧 미사가 시작되길래 나는 용기를 조금 내어 의자에 계속 앉아 있었다. 카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신부님의 목소리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로 설교를 마친 신부님이 다 같이 인사하라고 해서 동네 교구 주민과 손을 잡고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눈길로 이방인인 나를 살짝 안아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미사'였다. 그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아직도 내 곁에 있다.
파리의 인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