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쉘양이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우리는 연산동에 있는 이태리포차에서 홍합스튜를 먹고 집까지 저녁산책을 했다. 생각해 보니 언제나 산책코스는 저녁식사를 한 곳에서부터 집까지이다. 우리는 노을이 내려 앉는 과정교를 건넜고, 강아지풀이 우거진 수영강 산책로를 따라 나루공원까지 걸었다.
과정교를 건너고 나서 과정교를 보았다.
미쉘양은 개강 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는데, 학교에 가면 동기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언니랑 얘기하면 전혀 나이 많은 사람과 얘기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란다. 그러나 미쉘양은 사실 어른 티 안내고 동기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리고 ‘옛날 말’을 안하기 위해 내뱉는 단어 하나까지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조심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동기들은 그 ‘노력’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두 가지 경우라는 말이 되기때문이다. 나와 상대방이 생각 패턴이나 행동 패턴이 비슷해서 정말 잘 맞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나를 위해 백프로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동안 연락이 뜸해지고 내가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은 커피가게를 하면서 알게된 나이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내가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는지 되짚어 보았다. 동시에 나를 위해 불편함을 참고 그것도 모자라 꾸준하게 연락을 해오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앞으로는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불편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