亥時에 읽는 동화 - 찰스 키핑의 [창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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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Keeping

창  너  머    





내가 동화책을 모으게 된 계기는 순전히 찰스 키핑때문이다. 커피가게를 시작할 무렵, 가게 구석에 큰 책장을 만들었다. 그 때 미쉘양과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이 합쳐졌다. 미쉘양은 삽화가 아름다운 동화책을 많이 데려왔는데, 그 때 알게된 작가가 찰스 키핑이었다.

찰스 키핑은 런던의 람베스라는 동네에서 태어나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인쇄소 조판공으로 일하다가 2차 대전에 군입대를 했다. 그러나 군 생활 중 머리부상으로 정신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전역 후에 가스 검침원 일을 하면서 그림 공부를 했고 어린 시절의 음울한 기억을 그만의 색채와 기법을 사용해 22권의 동화책 안에 펼쳐 놓았다.

그가 이야기 속에서 다루는 소재는 하나같이 우울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언제나 세상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동화가 꼭 꿈과 희망을 주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는 과슈, 템페라, 수채화 물감으로 강렬하고 아름다운 선을 사용했는데, 특히 흐르는 피를 수직선으로 사용하는 것이 트레이트 마크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 [창 너머]는 한 편의 기묘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극적인 감동을 준다.

[창 너머]는 제이콥의 시선으로 바라본 창 밖의 이야기이다. 동화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거실 창가에 혼자 앉아 있는 제이콥의 뒷모습이 보인다. 제이콥은 활짝 열린 큰 창이 아니라 비좁은 커튼의 틈으로 세상을 훔쳐보는 것이다. 삽화는 제이콥의 시선을 담았으므로 그림의 끝부분이 커튼의 무늬로 살짝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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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이콥에게는 이 길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제이콥의 이마에 나 있는 검은 십자가는 공포 영화의 첫장면 같다. 의문은 다음 페이지에서 곧 풀리게 되는데 바로 길 맞은 편의 교회의 십자가가 드리우는 그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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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 곳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을 했습니다."




교회 앞에는 할머니 한 분이 때묻은 개와 살고 있다. 제이콥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쭈구렁탱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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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그렁탱이의 개는 비쩍 말라서 뼈다귀에 가죽을 뒤집어씌워 놓은 듯한 몰골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이콥은 거리를 청소하는 위레트씨를 알아 보고, 조지가 알프네 과자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양조장에서 도망쳐나온 말과 말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양조장 사람들을 구경한다.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그것을 보는 제이콥은 안전한 곳에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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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다! 무섭게 질주해 오잖아!"





문득 제이콥은 쭈구렁탱이가 개를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만다. 쭈구렁탱이가 왜 그렇게 슬펐는지는 나중에 제이콥이 창문에 그린 그림에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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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은 유리창에 입김을 후욱 내뿜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유리창에는 "웃고 있는" 죽은 개를 안고 "웃고 있는" 쭈그렁탱이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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