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테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Roxanne Roxanne’은 2017년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다. 영화 ‘버드’ 에서 찰리파커를 연기한 포레스트 휘태커와 가수겸 제작자 퍼렐 윌리암스가 공동 제작한 영화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1980년대, 거칠게 자란 뉴욕의 10대 소녀의 이야기라는 점을 미루어보아 단박 나의 위시리트스테 올라갔던 영화지만 아무래도 전기영화는 현존 인물의 삶과 과장되는 부분이 있기에 긴가민가 하며 미뤘더랜다. 원체 영화는 리뷰를 먼저 보는 편도 아니어서 기대감도 없었고. 하지만 영화는 앉은 그자리에서 끝까지 다 시청할 수 밖에 없었고, 착찹함과 경외감에 리뷰를 남긴다.
뉴욕에서 자란 네자매의 첫째, 샨테. 9살부터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동네 랩배틀 평정을 하던 그녀는 우연히 녹음한 노래 한 곡으로 힙합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이 영화를 관람한 후 리뷰를, 그 어떤 배틀보다 치열했던 록샌의 삶- 이라고 한줄로 줄일 수 있을까, 나는 못하겠다. 엄마가 갖은 고생 끝에 모아 더 나은 삶을 꾸는데 쓰려했던 2만 달러 들고 도망친 남자. 벼랑 끝에 내몰린 엄마의 알콜중독. 혼자 모든 것을 견디고 동생들을 책임 져야 했던 그녀.
위태롭지만 그 속에서 혼자 버텨야 했을, 샨테의 덤덤하려 애쓰는 표정을 본 난 이를 묘사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망신창이가 되버린 고작 16살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절도로 간간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그녀에게 한가지 남은 것이라곤 음악, 랩이지만 그마저도 생활고로 놓아야 했던 샨테.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그녀는 라디오 스타가 되고, 곡의 히트로 그녀의 이름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기회는 가장 불안한 시기에 찾아온다 했던가. 그녀가 스타덤에 오르자 주위의 하이에나들이 하나씩 줄을 선다.
그녀는 아주 쉽게 (당연히) 덫에 걸려드는데 하필 걸려도 어린 여성을 상대로 폭행을 휘두르는 ‘나이 많은’ 남자에게 걸렸다. 가족을 만들고 싶다며 그녀에게 접근한 그는 처음엔 그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듯 보였으나 동거를 시작 하면서 점차 손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당장 철창에 보내져야 하건만, 안타깝게도 그녀도 그녀의 주변도 그녀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태로 비춰진다) 결국엔 그녀는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를 진다. 그 남자를 처음부터 결사반대 했던 엄마가 병원을 찾아온다. 그제서야 그녀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엄마인가, 정부인가, 이웃인가, 미소지니인가, 가난인가, 교육인가, 운명인가. 아, 당연 그녀를 ‘착취’와 ‘정복’, 그리고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대상으로 이용한 ‘남성들’ 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더욱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겠다. 그녀의 눈부신 성장과 랩퍼로서의 성공을 조명한 필름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남자들 때문에 모든것을 잃고 또 아들까지 잃을 뻔 했던 그녀의 일이 결코 개인적인 특별한 일 또한 아니라, 셀 수 없는 여성들에게 몇세기동안 지겹도록 반복되어 왔음을 상기시켜주는 아주 친절하고도 잔인한 영화.
가난한 여성, 흑인인데다 어린 그녀를 물건처럼 이용하고 버리는 위치의 괘씸한 남자들을 고발하는 영화라고 본다. 일하고도 정당한 댓가를 주지 않고 그를 ‘돈줄’ 로만 사용하며 성폭행을 일삼는 그녀 주위의 몇 빌런들로 인해 그녀 주변의 몇 정상인 남성들이 신자라도 되는 것 같아 보일 정도다. 물론 랩을 하는 장면과 그녀 내면의 성장은 눈부시지만, 영화는 그 부분을 길게 비추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요소를 심은 부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영화가 더욱 강렬히 집중하는 부분은 그녀가 삶의 밑 바닥에서 헤매고 있던 시간이다.
그렇기에 더욱 중간 중간 멈추고 숨을 고르게 쉬어야 했던 나. 그녀에게 깊히 몰입해 말로 표현못할 슬픔을 느꼈던 나는 이 영화에 대한 리뷰나 줄거리를 적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일들이 과연 영화화 될만큼의 특별한 일일까.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주변에 만연히 일어나는 일이지 않을까. 동등한 인격체로 보라, 성/폭행 하지 말라, 죽이지 말라 라는 여성들의 외침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귓속을 맴돌았다. 한동안 “The champ is here, the champ is here” 를 외치는 그 앳된 목소리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26257-roxanne-roxanne?language=en-US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