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그릴 때 철저한 자료조사와 스케치 후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요사이 동화 연재와 목적이 있는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원하던 거지만 그 뒤에 부담과 스트레스안에 허덕이는 나를 발견했다. 나름대로 고뇌가 섞인 결과물 후엔 그만큼 뿌듯함도 크지만, 정확한 스케치 없이 펜선 하나 그리기도 힘든 나를 보면서 문득 스케치 없이, 머리속 그림 설계없이 손이 먼저가는 그림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막상 무작정 그리려니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정말 길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펜은 종이위에 올라올 생각을 못하고 그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틀 안에 짜여진 그림을 그려왔는지... 세삼 나의 상상력의 부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림을 위한 테크닉은 필요없다.
섬세한 펜선도 필요없고, 그저 마음가는대로 손이 따라가는대로 그려봐야지..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필요없다.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글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의 평가도 필요없다.
정말 목적없이 손 가는 대로 그린 그림이기에 그 후 그림에 대한 평가는 내 몫이 아니다.
감상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 그림에서 내가 얻은건 틀안에 같혀진 나에게 자유의 시간을 준 것
그리고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