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영수의 독백 -첫 번째] 날 수 없는 새, 조(助)

kyslmate(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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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다. 너무나 화창한 날씨였고, 어떤 생명에게도 공평하게 온기를 나누어 주는 햇살 때문에 창을 열어젖힌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니 햇빛이 이미 망막을 파랗게 물들여, 온통 세계가 파랗게 보였다.
눈앞으로 보이는 넓은 공터에는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너 댓 명의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난 분명히, 그들 부자(父子)가 오기 전에 창을 열었다.

그들 부자가 앉은 곳은, 내가 노곤한 몸으로 턱을 괴고 있던 창에서 한 2미터 떨어진 전깃줄 위였다. 그들은 참새였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아버진 아들에게 비행의 고급 기술을 가르치는 중이었고, 다른 또래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딘 아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버지 참새가 먼저 꺼낸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한 위대한 새에 관한 얘기였다. 이젠 전설이 되어 버린 그 이야기 주인공의 이름은 조(助)였다.

조는 꿈을 꾸었다. 날개를 뻗어 유유히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솜털 같은 깃털을 적신 알 속의 유액이 채 마르기도 전부터 조는 비행을 동경했다. 조는 궁금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저 하늘 뒤에 또 하늘이 있는지. 아님 다른 무언가가 있을는지.
그런 저런 생각을 할 때면 기분이 좋았지만, 날기엔 아직 너무 어렸다.

날개 죽지 아래 솜털이 어느 새 깃털로 자라났다. 조는 비행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구름 사이를 떠다니듯 비행하는 큰 새를 흉내 내어 나지막한 바위 위에 올라서서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기도 했다. 온 종일 그렇게 파닥거린 다음 날이면, 날개며 등허리며 목이며 온 몸이 퉁퉁 부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또래의 새들이 본격적인 비행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조는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날개 뼈가 기형적으로 휘어서 날갯짓을 할 때 비행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힘을 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평생 날지 못할 수도 있었다.
또래의 새들은 마침내 동경하던 새처럼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조는 더 힘을 내어 연습했으나, 날개 뼈가 점점 더 약해지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 비행 연습에서 조는 정신을 잃었고, 그의 작은 노력조차도 끝장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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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하루 종일 둥지에 남아 있었다. 눈을 감고 날갯짓을 하곤 했다. 다른 새들이 나는 모습을 보면 슬퍼졌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었다. 새들이 비행을 끝내는 밤이 되면 조는 홀로 하늘을 바라보며 슬픈 눈으로 속삭였다. 난 하늘 당신을 사랑해요. 깃털이 자라기 전부터 그랬는데, 왜 당신 품을 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죠?

조는 기다렸다. 조가 갈망한 하늘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기를. 기약도 없는 기다림이었다. 어느 날 새벽, 모든 새가 잠들었을 때, 조는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비행 시도를 하려 했다. 누군가가 본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에 조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넓은 잎사귀를 가진 식물에 맺힌 이슬에 깃털을 씻고 몇 번 허공에다 붕붕 날갯짓을 했다. 준비는 다 됐다. 날개를 좌우로 쭉 뻗고 두 발끝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습관대로 눈을 감고 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읽었다. 조는 어떤 결과도 예상할 수 없었다. 땅을 박차고 올랐다. 조는 곤두박질치지 않았다. 오히려 또래의 새와 큰 새들보다 더 높이 날고 있었다. 그의 오랜 기다림 속에서 하늘은 조에게 공기의 흐름을 세밀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조는 다른 새들보다 훨씬 적은 힘을 들이고도 날 수 있었다.

날이 밝자, 모든 새는 조의 비행을 놀라워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조의 결심이었다. 조는 다음 날 두 개의 호수와 세 개의 산 너머에 있는 ‘압제자의 숲’으로 떠나갔다. 그곳에 비행을 할 수 없는 불비조(不飛鳥)들에게, 하늘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다. 온갖 육식 짐승들이 득실거리는 그 위험한 숲에서 조는 수많은 불비조들에게, 새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하늘을 가질 수 있게 도왔다. 이제 조는 전설이 되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조들이 불비조를 위해 숲을 찾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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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진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잠을 깼다. 짹짹거리던 참새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무줄을 하던 여자애들은 종목을 공기로 바꾸었다. 세계는 온통 파랗게 보였다. 내 한쪽 볼에는 창틀의 홈 자국이 생겼고, 창틀엔 침이 약간 고여 있다.
참새의 이야기를 알아들었던 것이 잠 속에서 일어난 일인지 실제였는지는 지금까지도 분명치 않다. 다만 난 내 주위에서, 조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때 목을 조이듯 존재를 숨 막히게 하던 상처가, 위대한 일의 견인력이 되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기적이란 말인가.


*작가의 변

안녕하세요. 소울메이트 에세이스트입니다.
엽편소설은 나뭇잎처럼 작은 분량의 소설을 뜻합니다. '영수'를 주인공으로 한 저의 소설입니다. 에세이와 더불어 이렇게 짧은 소설부터 올려보겠습니다.

소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릴 예정입니다.
주인공은 같지만, 짧은 한 편으로 완결되는 소설이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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