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라는 말을 다시 배우다
큼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엄마", "아빠"이다.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기에게 부모들은 자꾸만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뇐다. 어쩌다가 아기가 "음마", “빠” 하고 비슷한 소리라도 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런 아기를 보고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문득 나를 낳아준 엄마, 아빠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 내가 이렇게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 아버지도 나를 사랑하셨구나.'
부모가 되고 나니까 새삼 내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엄마아빠도 이렇게 힘들게 나를 키우셨구나. 매일 밤 잠 못자고 우는 아기를 달래셨구나. 똥 기저귀도 기쁜 마음으로 갈아주셨구나.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씻겨주셨구나. 우리 부모님은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결혼하셔서 나보다 일찍 아기를 낳으셨을 텐데, 그 어린 부부가 아기도 키우고 일도 하고 힘든 세상을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나는 아들 하나도 이렇게 버거운데, 부모님은 맞벌이 하면서 어떻게 형과 나, 두 아들을 키울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여쭤보니 어머니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하셨다.
"네 형은 낳자마자 시골 할머니 댁에서 키워주셨지. 매일 미역국에다 밥 말아 먹고 있더라. 그리고 너는 외숙모가 키워주셨고, 그때는 애기 맡길 곳이 어디 있었겠니. 외숙모 없을 땐 엄마가 너 업고서 파마 말고, 손님 이발하고 그랬지. 그땐 다 그렇게 키웠어."
어머니는 평생 미용실을 하셨는데, 집과 미용실이 붙어있어서 점심시간에는 일을 하다 말고 우리 먹을 점심밥을 차려주시곤 했다. 미용실을 크게 확장할 기회도 있었지만 자녀들을 키우시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취업을 하고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고, 아기를 낳고 부모가 되고 이 모든 일이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산 하나를 넘으면 더 큰 산이 내 앞을 가로막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부모님이 여태껏 그 험한 산과 모진 고비를 넘어 자녀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왔다니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졌다. 언젠가 아버지가 IMF 외환위기 때 쓰신 일기를 본 적이 있다. 당시 30대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고민이 가득 담긴 일기를 보며 나는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다. 무뚝뚝하고 강인하게만 보이던 아버지가 속으로는 홀로 힘든 시간을 견뎌 오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큼이가 커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내 어린 시절이 거울처럼 비춰진다. '아, 나도 이렇게 자랐겠구나.' 그리고 큼이를 보며 행복해하는 나를 보면, 젋은 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비친다.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덧, 재롱을 부리는 아들을 보면 내가 평생 할 효도는 아기 때 다했겠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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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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