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잘 보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아내는 복직하기 전, 다시 말하자면 내가 육아를 담당하기 몇 주 전부터 ‘아이를 돌보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육아 책도 미리 읽고, 주말에는 예행연습도 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알아서 잘 크겠지’랄까? 그런 무사태평한 아빠의 마음이었다.
육아 초기, 아내는 매일 아침 걱정스런 마음으로 To do List를 적어주곤 했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육아 첫째 날이 되었다. 아내가 아침 일찍 인사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리자, 아기는 울고, 나는 정신이 없고,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고…를 상상했겠지만 생각보다 아기는 침착했고, 아빠도 침착했다. 큼이는 금세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바로 옆에 아빠가 있으니까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빠에게 더 찰싹 달라붙고 의지하려는 게 느껴졌다.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놀아주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육아의 진짜 어려움은 똑같은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는 데 있다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아기도 잘 지냈고, 내 밥도 잘 챙겨 먹으면서 무탈하게 육아 첫 날이 지나갔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아빠 사자가 새끼를 돌보고 엄마 사자는 먹이를 구하러 사냥을 나가는데 어쩌면 아빠가 아기를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가 체력이 강하니까 아기를 돌보는 게 별로 안 힘든 건가?
그리고 내심 아내에게 '내가 아기 잘 돌보고 있으니 걱정하지마세요' 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 생색이랄까. 아내 없이도 잘해내고 있다고 칭찬 받고 싶었고, 그러다보니 점점 완벽하게 육아와 재택근무를 해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몸은 조금씩 지쳐갔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아마 모든 남편들이 아내에게 약한 모습대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만 육아의 무게가 쌓여가고 있었다. 나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덧, 딱 하루정도 아기를 돌보는 일은 별로 힘들지 않다. 집안일과 육아가 힘든 것은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하루가 지나면 똑같은 일이 또 쌓여있고 그런 일상이 매일 반복된 다는 것이다. 빨래, 설거지, 청소, 이유식 만들기, 기저귀 갈기 등등 도무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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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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