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차, 위기의 워킹파파!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내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고, 회사에도 재택근무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나는 점점 무리를 하게 되었다. 반년 만에 복직한 아내 또한 오랜만에 회사 일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행사를 맡게 되면서 매일 야근이 이어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내가 칼퇴해서 육아를 바통터치하고 나는 저녁에 일하는 것이었는데 아내의 퇴근시간이 조금씩 늦어지면서 재택근무 시작하는 시간도 그만큼 늦어졌다. 그러면 나는 늦어진 시간만큼 더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잠을 청했고, 그 다음날에는 비몽사몽으로 아기를 돌보고, 또 늦게까지 일하고, 다시 아기를 보고…그렇게 피로가 누적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출근한 지 열흘 만에 결국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날 나는 새벽 5시까지 일을 한 터라 아기를 돌보는 내내 피곤함과 싸우는 중이었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날따라 아기는 더 보채고, 달래면 달랠수록 더욱 울곤 했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다 되어갈 무렵,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내 : 여보, 오늘도 조금 늦을 것 같아요.
나 : 괜찮아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말아요^^ (→ 머리가 시키는 말)
아내 : 저녁에 아기 목욕은 어떻게 해요?
나 : 내가 혼자 씻겨 볼게요~
저녁 8시. 그리하여 나는 처음으로 혼자서 아기를 씻겼다. 그전까진 아내가 아무리 늦더라도 아기 목욕시간에 맞춰 집에 도착했으므로 함께 씻기곤 했었다. 그래도 이제 아기도 혼자 앉아 있을 수 있으니 전보다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아기를 욕조에 혼자 앉히고 씻기려는 순간, 아뿔싸…아기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물속에 풍덩 빠진 것이다. 깜짝 놀라서 펑펑 우는 아기를 얼른 건져 올리고는 목욕을 중단했다. 여태 깜깜무소식인 아내에게 문자를 넣었다.
나 : 여보, 언제 와요?
아내 : 이제 마무리하고 있어요. 9시 전까지 갈게요.^^
금방 들어온다는 아내의 말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는 아기를 씻기다 만 채로 껴안고 잠이 들었다. 잠시 눈 붙이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밤 10시 30분. 아내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누적된 피로와 아기를 물에 빠뜨렸다는 자책감, 늦어도 9시까지 오겠다고 해놓고 10시가 넘도록 연락이 없는 아내. 나는 화가 잔뜩 나있었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 여보. (→ 이미 화남)
아내 : 네, 여보 이제 마무리하고 있어요.
나 : 아직도 사무실이에요?
아내 : 미안해요. 얼른 마무리하고 갈게요.
나 : 9시까지 온다고 해놓고 지금 몇 시예요? 아직 사무실이라고요? 연락 한 통 없이, 됐어요. 끊어요.
그렇게 한바탕 아내에게 퍼부은 후 전화를 끊었다. 아내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아내 얼굴에 미안한 표정이 가득했다.
아내 : 여보, 늦어서 정말 미안해요.
나 : 여보. 이렇게 계속 늦으면 내가 어떻게 재택근무를 해요. 꼭 이렇게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해요? 일이 먼저예요, 가족이 먼저예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나 해요? 나 혼자 씻기다가 애가 물에 빠지고, 엄마 찾으면서 몇 시간동안 계속 울었어요.
아내 : 미안해요….
결국 아내는 눈물을 보였고, 난 그런 아내를 내팽개치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등 돌려 누워버렸다. 더 이야기를 했다가는 싸움만 커질 것 같았다. 그렇게 힘들고 슬픈 긴긴 하루가 지나갔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그 순간만 참으면 됐을 일인데, 잠깐을 참지 못해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 것 같다. 사실 부부싸움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냥 나 혼자 쌓아두고 일방적으로 아내에게 모진 말을 한 것이니 말이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가족을 위해서 육아와 재택근무를 선택했는데 오히려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그날 나는 처음으로 육아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하나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재택근무 기준을 다시 세웠다.
① 일할 시간이 부족해도 절대 밤새워 일하지 말자. 단, 밀린 일은 주말에 보충하자
② 아내와 아기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③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말자. 힘들 땐 바로바로 아내에게 털어놓자
과연 마음먹은 대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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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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