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간 자리, 부부싸움 그 후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없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한숨 푹 자고 나니까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아, 내가 왜 그랬지…’
그러나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내가 잠시 미쳤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하룻밤 사이에 태도가 돌변한 나를 보고 아내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상처를 크게 받은 모양이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했다. 다행히 자비의 여신인 아내는 금세 내 사과를 받아주었다.
흔히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부싸움이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싸움은 마치 손뼉 치기와 같다. 양손이 서로 동시에 마주쳐야지만 소리가 난다. 한쪽이 화가 났을 때 상대방도 맞장구를 치면 싸움이 커지고, 반면에 상대방이 화를 내더라도 다른 한 쪽이 화를 내지 않으면 싸움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어제 내가 화를 냈을 때 아내도 같이 화를 냈더라면, 우리 싸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야근을 하고 싶어서 했느냐, 나도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왜 화를 내냐’하는 식으로 말할 수 있었지만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고 그저 미안하다고 했다. 현명한 아내 덕분에 부부싸움은 더 커지지 않았다. 못난 남편의 역정도 너그러이 받아준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하는데, 아내의 사랑이 내 허물을 덮어준 것이다. 엄마, 아빠의 싸움에도 아랑곳 않고 밝게 웃어준 큼이 덕분에 냉전의 시간은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결혼 생활에 늘 웃음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힘든 날도 있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항상 화창한 햇살만 비춰준다면 숲은 금방 사막이 될 것이다.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어야 더 울창한 숲으로 자라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수많은 힘든 일들이 닥쳐오겠지만 서로 사랑하며 살면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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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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