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게 부부
어느 날 아내로부터 카톡을 받고 빵 터졌다. 힘들게 아기 낮잠 재워놨는데…내 웃음소리에 그만 깨고 말았다. 아내는 농담처럼 한 거였지만 “내가 왜 여보랑 사는지 알아요?” 라는 말을 보았을 땐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짧은 순간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우리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부부란 무엇일까? 결혼은 왜 하는 걸까? 보통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니까 해보라고들 한다. 예전에는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언약이었지만 요즘에는 약속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혼율이 높다.
아내를 처음 사귀던 해에 지하철역에서 결혼하자고 진지하게 고백했다. 아내는 장난으로 여겼는지 웃으며 넘겼지만 난 정말 진심이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그때 난 무슨 생각으로 프로포즈를 했던 것일까.
회상
찬바람 불던 어느 늦겨울.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기 위해 우리는 함께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었다.
“우리 결혼하자.”
“응?”
“우리 올해 결혼하자.”
“무슨 소리야.”
“아니 어차피 결혼할 건데, 빨리 하면 좋잖아.”
“내가 왜 너랑 결혼해?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어? 나랑 헤어질 거야? 나랑 결혼하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사귄 지도 얼마 안 됐고, 앞으로도 헤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
“그래. 그럼 내년에 결혼할까?”
“적어도 3년은 지내봐야지. 3년 후에도 우리가 사귀고 있으면 생각해볼게.”
“와, 정말? 3년만 지나면 돼?”
“아니, 아니다. 5년. 5년은 지나야 돼.”
“5년?! 콜! 약속했다? 5년 금방 지나지.”
그렇게 풋풋했던 결혼 약속은 정말 5년이 지난 후에 지킬 수 있었다. 중간에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둘이 함께 하나둘 뛰어넘은 것 같다. 결혼을 한 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닥쳤지만 둘이 힘을 합쳐 견뎌왔다. 함께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
사실 아내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 여러모로 부족한 나와 결혼해주었다는 것, 풍족하지 못한 생활에도 전혀 불평불만 없이 남편을 믿어주는 것도 참 고맙다. 신혼생활을 시부모님과 함께하고, 분가해서 작은 집에서 시작하고, 많지 않은 소득임에도 절약해서 차곡차곡 저금하고, 차가 없어서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누비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어떤 이에게는 당연한 일일 테고, 또 어떤 이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어쨌든 아내는 단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다.
처음 결혼허락을 받으러 처가를 찾았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신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하다. 내세울 것 하나 없고, 이름 모를 작은 회사에 다니는 젊은이에게 귀한 딸을 내주시다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다. 어쩌면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결혼허락 받는 것은 어렵다고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결혼이 무엇인지, 부부가 무엇인지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결혼은 약속이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리도 필요하고, 대화도 필요하고, 사랑도 필요하다. 가끔씩 다툴 때도 있겠지만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기억한다면 힘든 순간들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내는 내게 최고의 친구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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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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